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 한 공사장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과잉입법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법령의 핵심인 중대재해의 기준이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음을 지적한 논문이 주목을 받고 있다. 불확실한 법령 때문에 적용 대상인 기업은 물론 재해 피해자까지 지난한 소송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현장서 목숨 구한 재해 피해자, 병원 치료 중 숨졌다면?3일 학계에 따르면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1월에 게재한 '중대재해처벌법의 해석상 쟁점'에서 '중대산업재해'의 정의를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2호가 여러 갈래로 해석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2호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한다는 내용이다.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같은 법 제6조에 따라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처벌 수위가 높을 뿐 아니라 징역과 벌금형을 함께 부과할 수 있고 법인에 대해서도 최대 벌금 50억원을 선고할 수 있어 매우 강력한 처벌규정으로 꼽힌다.

전 교수에 따르면 산업재해 피해자가 병원 치료 도중 숨진 경우 중대산업재해 피해자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현장이 아닌 병원에서 상당 기간 동안 치료를 받다 숨졌다면 법 제2조 제2호에서 정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다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 사망 시점이 기준"이라는 노동부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피해자가 사망한 시점을 기준으로 산업재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따져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사실상 사망기간에 제한 없이 인과관계만 갖고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법적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피해자의 유족과 기업이 지난한 소송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굳이 법률을 고치지 않아도 사망기간에 제한을 두는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 사망자 수 통계를 작성할 때 사고일로부터 1년 후 사망한 사례는 제외하고 있다. 이를 참고해 사고 발생일로부터 1년 내 사망한 사례만 중대산업재해로 인정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이 신속한 수사·처벌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년이라는 기간을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전 교수는 지적했다.

전 교수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을 제시했다. 하나는 같은 조문에서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중대산업재해로 인정한다는 점을 참고해 기준을 '6개월'로 잡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면 치료를 시작했으나 6개월 내 사망한 경우를 중대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

다른 해석은 산업안전보건법 상 영업정지 규정을 참고한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하위 법령에 따르면 산업재해가 최초로 발생한 때로부터 72시간 내에 2명 이상의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해당 기업체는 영업정지 대상이 된다. 이를 따라 산업재해 발생 후 72시간 내 사망한 경우를 우선 중대산업재해로 인정하고, 그 이후 사망한 경우는 따로 추가 검토하자고 전 교수는 제안했다.

전 교수는 첫 번째 해석에 따르면 중대산업재해를 판별할 때까지 최대 6개월이라는 지연기간이 생겨 수사·처벌 중심인 중대재해법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해석은 신속한 판단이 가능하지만 중대산업재해를 너무 좁게 인정해 법률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논문에서 전 교수는 "어떤 해석 방안도 장단이 있어 재해 발생 현황과 적절한 수사진행 실무를 고려해 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중대산업재해를 판단하는 해석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기업은 물론 피해자의 유족까지 소송전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 법률사무소의 한 변호사는 "결국 소송전으로 간다면 업체와 유족 모두 상당한 법률비용과 시간을 감당해야 한다"며 "업체도 중소, 영세업체라면 소송을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