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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증인…"저 사람 범인 아닌데" 알고도 수사 못할 뻔[조준영의 검찰聽]

편집자주불이 꺼지지 않는 검찰청의 24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얘기를 기록합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사진=김지영 디자이너

지난해 초 A씨가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질러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1심 재판에서 'A씨가 진범이 맞다'고 증언한 B씨가 알고 보니 진범으로 드러났다.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을 살펴보던 공판검사가 의구심이 들어 통화내역 등을 조회해 B씨의 위증 사실을 포착했고 범죄의 전말을 파헤친 사건이었다.

당시 B씨의 위증 사실을 알아챘던 검찰엔 심각한 고민이 생겼다. B씨의 위증 혐의를 발견하고 진범으로 의심했음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수사가 축소되는 분위기에서 수사에 착수하는 게 위법은 아닌지 고민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공판검사는 "기소된 A씨는 억울하다고 하고 정황을 보면 오히려 B씨가 진범 같은데 우리가 수사할 권한이 있는지를 두고 한창 논란이 있었다"며 "검찰에서 인지한 내용을 다시 경찰에 보내 수사를 의뢰하더라도 재판 일정상 언제까지 (수사결과를) 보내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뻔히 눈앞에 보이는 범죄를 보고 눈을 감을 순 없지 않냐"며 "시간이 지나면 증거가 사라지기 때문에 신속하게 수사해야 했는데 수사를 못하는 상황이 되니까 너무 답답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법무부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중요범죄'에 위증·무고 등 사법질서 저해범죄를 포함시키도록 형사소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논란없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검찰은 시행령 개정 전엔 위증수사에 착수했고 시행령 개정 이후 사기혐의를 인지하고 수사해 결국 B씨를 기소했다.

검찰에선 시행령을 개정 전으로 돌려 경찰에 위증·무고 수사를 맡길 경우 이처럼 억울한 피해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 범죄는 사실상 검찰 단계에서 인지하고 수사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보통 법정 증인의 위증 여부는 검사가 법정에서 인지하게 된다. 사건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공판검사가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 판결로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정될 때 자연스럽게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명확해지기도 한다.

검찰 관계자는 "위증으로 피해본 사람이 고소고발을 하면 경찰도 당연히 수사를 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경찰이 이런 사건에서 수사를 시작할 여지가 없고 누가 위증을 하는지 관심을 갖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실무를 아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검사가 위증을 수사하지 못하게 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무고는 경찰이 관여하기 더 어려운 사건으로 꼽힌다. 무고 혐의는 일반적으로 C가 D를 고소했는데 일부러 거짓말로 고소했다는 게 드러날 경우에 해당한다. 수사권조정 이전엔 검찰 수사 과정에서 D의 무혐의가 드러나면서 C의 무고 혐의를 인지하고 수사했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이 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 경찰이 무고 혐의 수사를 시작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고소인이 고소를 했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피의자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다른 검찰 관계자는 "기소나 불기소 같은 준사법적인 수사절차가 일단락됐을 때 무고 혐의가 드러나고 그때서야 수사가 가능하다보니 대부분의 무고 사건은 검찰 단계에 와야 수사가 이뤄진다"며 "경찰도 섣불리 무고 수사를 진행했다가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통상 경찰이 맡지 않는 범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1년 수사권조정 이후 무고사범 입건 수는 전년보다 71.5% 줄었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은 무고 혐의가 있어도 검사가 수사할 수 없게 됐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시행령 개정 이후 지난해 하반기에는 위증사범과 무고사범 입건 수가 같은 해 상반기보다 각각 59.2%(191명→304명), 68.8%(48명→81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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