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후원사로 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종국(왼쪽) 전 KIA 타이거즈 감독과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4.01.30./사진=뉴시스

후원업체에서 뒷돈 수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4일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에 대해 "어디를 봐도 (범죄성립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 있었다 보기 어렵다"며 "나머지는 살펴볼 필요 없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KIA 후원사인 커피업체 대표 김모씨도 뒷돈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함께 재판에 넘겨져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뭐 하나 잘한 게 없어 고민을 많이 했다"며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상황이라는 점은 재판부뿐만 아니라 대부분 모든 사람이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렇다고 형사적인 죄가 성립된다는 말과 직결되지 않는다"며 "부정한 청탁받은 후에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했느냐가 사건의 핵심이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 제출 증거라든지 변호사가 제출한 증거를 모두 검토해봐도 불구하고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선수 유니폼 우측 어깨 부분 광고가 비워둔 상태로 시즌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광고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청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을 야구가 진수라는 의미로 1억원을 주고 추가 우승이 있으면 2억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돈을 지급한 것에 대해 부정한 청탁이 아닌 선수 격려금이라고 하는 주장이 (법리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 장 전 단장이 FA 관련해 뒷돈을 요구했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당시 박동원 선수 녹취록을 살펴봐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연봉을 얼마 받을 수 있다 얘기가 나오니 얼마를 받고 싶다고 희망을 말한 것뿐, 부정한 청탁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두 사람은 2022년 10월 감독실에서 김씨로부터 펜스 홈런존 신설 등 추가 광고 계약 관련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을 받고 각각 5000만원 등 총 1억원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 김 전 감독은 같은 해 7월 감독실에서 김씨로부터 선수 유니폼 광고 계약 관련 편의 제공 등 부정한 청탁을 받고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적용됐다.

장 전 단장은 2022년 5~8월 사이 3회 걸쳐 KIA 소속 박동원 선수(현 LG트윈스)에게 최소 12억원 계약금을 받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3회 걸쳐 2억원을 요구하다가 거절당해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재판에서 돈을 주고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청탁이나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김씨가 오랜 팬으로서 선수단 사기 진작과 격려 차원으로 돈을 건넸다는 말이다.

검찰은 지난 재판에서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에게 각각 징역 4년, 김씨에겐 징역 4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