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자 명단공개 웹사이트 ‘배드페어런츠’ 강민서 대표가 15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명예훼손건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9.15

이혼 후 자녀의 양육비를 주지 않은 부모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된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 대표가 벌금납부 대신 노역장 유치를 선택했다. 하지만 실제 노역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장소나 일감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 대표는 벌금미납에 따라 전날 오후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돼 8일간 이곳에서 지내게 된다. 강 대표가 있게 된 곳은 노역수들끼리 모이는 일명 '노역방'이다. 강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구치소행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 제69·70조에 따르면 벌금 미납자는 1일에서 최장 3년까지 노역장에 유치돼 벌금을 완납할 때까지 수감된다. 벌금 1억원 미만은 노역일당이 10만원, 1억원 이상은 전체 벌금의 0.1%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강 대표에게 부과된 벌금은 80만원으로, 8일간 수감되면 벌금을 완납한 것으로 대체되는 식이다.

그러나 강 대표처럼 벌금액이 적어 수감기간이 짧은 경우 할 일도, 일을 할 곳도 마땅치 않다.

교정시설 과밀수용 문제로 노역장 대부분 정원이 꽉 차있고, 자리가 나더라도 장기 징역수들이 우선적으로 선택된다고 한다. 목공소나 공장에서 일을 할 때 다른 수형자들과도 합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단기수형자들에게는 노역 기회가 주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또 교도소에 작업장들이 많아 강 대표가 수감되는 구치소에는 일감 자체가 적다. 구치소 노역은 구내 청소, 취사장 근무, 시설보수 같은 관용부 작업이 대부분인데 이마저도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이처럼 노역수는 일을 하는게 원칙이지만 여러 이유들로 사실상 하는 일 없이 수형자와 분리된 노역방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또 상당수 노역수가 알코올중독 등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일을 시킬 수도 없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결국 각 교정시설의 장이 판단을 하게 되는데, 단기 노역자들에게 노역을 시키긴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7월 '배드페어런츠'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강 대표에 대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구치소행을 선택한 강 대표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고,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한 뒤 미지급 부모에게 금액을 환수하는 '양육비 대지급제'를 도입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