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이 2021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광고한 혐의를 받는 이광범 전 남양유업 대표가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박소정 판사는 7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이 전 대표에 대해 이같이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기소된 박모 남양유업 연구소장은 벌금 2000만원, 임직원 김모·이모씨는 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남양유업 법인도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세포 단계 실험이라 보도 가치가 없음에도 한국의과학연구원 형식을 빌려 사실상 홍보 효과를 노린 학술 토론회를 개최했다"며 "심포지엄 당시 전국민이 코로나로 신체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효과 있다고 광고한 점에서 피고인들의 죄책이 중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 등이 "기자들이 알아서 판단해 보도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안내문 내용을 그대로 기사화했다면 피고인들이 광고한 게 아니다"는 취지로 주장한 데 대해 재판부는 "언론사를 이용해 항바이러스 관련 기사를 보도하게 했지만 언론사에 그 잘못을 돌리는 등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 등은 2021년 4월13일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이라는 심포지엄을 열어 기자들 앞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이나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발표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과장 광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심포지엄 개최 후 질병관리청은 "실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며 남양유업의 심포지엄을 반박했다. 논란이 커지자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은 같은 해 5월 대국민 사과를 했고 이 전 대표는 그 전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식약처가 경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단순한 세포 단계의 실험에 불과해 항바이러스 또는 코로나바이러스 저감 효과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남양유업이 내부적으로 저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허위 광고했다고 판단해 지난해 12월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