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사건 수사 중 피의자에게 압수물 등 수사자료를 사진촬영하게 해 외부로 유출한 전직 부장검사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가 기소에 나선 것은 지난 4월 7억원대 뇌물 혐의를 받는 김모 경무관 이후 7개월 만이다.

공수처는 지난 5일 A씨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사건 이후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장, 대검찰청 마약과장 등을 거쳐 부산지검 부부장검사를 끝으로 최근 퇴직했다.

공수처 수사에 따르면 A씨는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로 방위산업 납품 관련 뇌물사건을 수사하던 중 2019년 11월 자신의 검사실에서 피의자 B씨에게 압수물 중 자필 메모를 사진촬영하게 했다. 또 같은해 12월 같은 검사실에서 B씨에게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금융거래정보를 사진촬영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공수처 국정감사에서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촉구했었다.

당시 김 의원은 "피의자 겸 제보자가 조사를 받는데 검사실에서 사진을 171장을 찍어 유출하고, 심지어 자신의 재판에 활용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며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고검장에게 진술 받은 바로는 (2023년) 5월1일 감찰이 시작됐다고 했는데 전혀 진행된게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9월12일 A씨에 대한 감찰을 마무리해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고, 같은날 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으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지난달 A씨 검사실 소속 수사관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A씨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두 차례 실시한 후 전날 A씨를 기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기소하기 앞서 공소심의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기소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만장일치 의결이 있었다"며 "향후 검찰과 협력해 공소유지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 기소로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은 △'스폰서 검사' 김형준 전 부장검사 △'고발사주' 손준성 검사장 △'고소장 위조' 윤모 전 검사 △'7억원대 뇌물' 김모 경무관 등 5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