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사건 수사중 피의자에게 압수물 등 수사자료를 사진촬영하게 해 외부로 유출한 전직 부장검사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도 감찰결과 등을 토대로 A씨를 기소하면서 관련 재판이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공수처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전직 검사 박 모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인 전날 기소가 이뤄졌다. A씨는 사건 이후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장, 대검찰청 마약과장 등을 거쳐 부산지검 부부장검사를 끝으로 올해 6월 퇴직했다.

공수처 수사에 따르면 A씨는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로 방위산업 납품 관련 뇌물사건을 수사하던 중 2019년 11월 자신의 검사실에서 피의자 B씨에게 압수물 중 자필 메모를 사진촬영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같은해 12월 같은 검사실에서 B씨에게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금융거래정보를 촬영하게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 9월12일 A씨에 대한 감찰을 마무리하며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고 같은날 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으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에 따르면 검찰은 A씨를 입건한 후 범죄사실개요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관련된 수사기록들을 송부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지난달 A씨 검사실 소속 수사관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A씨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두 차례 실시한 후 전날 A씨를 기소했다.

공수처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비밀누설 동기에 대해 "피의자가 수사상 필요에 의해 (증거들을) 촬영하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관련 조사는 있었지만 결과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누설대가로 금전 등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계좌내역을 들여다봤냐'는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무상비밀누설 범죄의 공소시효 만료에 따라 뇌물 등 추가범죄 혐의도 수사할 수 없게 되냐는 질문에는 "공판과정에서 어떻게 진행될지 예단하기 어렵고, 추가적인 범죄 성립도 공소시효 중단 여부나 시효가 끝났는지도 법리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추가 수사여지도 남겼다.

이 관게자는 이번에 기소된 검사 외에 함께 검사실에 있던 수사관들에 대한 처분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저희가 확인한 것은 검찰에서는 수사관들에 대한 별도 기소나 입건이 없었다"고 했다.

공수처가 사건을 수사해 직접 기소한 것은 건 올 4월 7억원대 뇌물 혐의를 받는 김모 경무관 기소 이후 7개월 만이다.

공수처는 2021년 1월 출범 이후 김형준 전 부장검사 '스폰서 검사' 사건, 손준성 검사장 '고발 사주' 사건, 윤모 전 검사 고소장 위조 사건, 김모 경무관 뇌물 수수 사건 등을 기소했다. 이번 기소가 다섯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