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마약류 밀수 및 외국인 사범, 마약류 압수량 현황. /그래픽=김지영

#. 지난해 8월 부산지검은 태국에 머물면서 11회에 걸쳐 필로폰 6.4㎏을 국내로 밀수입한 마약총책을 태국 현지에서 검거했다. 태국 마약청에 파견됐던 검찰 수사관의 역할이 컸다. 검찰 수사관이 부산지검에서 파악한 마약총책의 태국 현지 주소지와 차량 정보를 태국 마약청에 신속하게 전달, 양국이 공조수사에 나서면서 검거 성과를 냈다.

태국 파견 근무를 다녀온 검찰 마약 수사관 A씨는 "요즘 마약범죄는 국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해외 현지에서 국내로 마약을 밀수·유통하는 사람을 잡지 못하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해외 현지 수사당국과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즉각적인 사법처리를 공조하는 인력파견이 마약범죄 예방에서 핵심인 이유"라고 말했다.

국내 마약 밀수 현황은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에서도 확인된다. 백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검거된 외국인 마약사범은 2019년 1529명에서 지난해 3151명으로 106% 늘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마약 밀수사범은 323명에서 590명으로 82.7% 증가했다.

외국인 마약사범 중 40%로 국내 마약밀수 비중이 가장 큰 지역이 태국이다. 검찰이 태국을 마약공조수사 첫 출발지로 정한 배경이다. 국내로 마약을 들여오는 '허브' 지역에서 현지 공급망을 와해시켜 밀수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전략이다.

파견 수사관은 국내에서 수사 중이던 한국인 마약사범이 태국으로 도피하면 소재를 추적해 실제 거소지를 확인하면 현지 수사기관과 동행해서 검거를 돕는다.

태국 파견 근무 후 귀국한 또다른 B수사관은 "인천공항으로 국내에 입국하면서 기내수하물에 마약을 숨겨서 들어오는 사례가 많은데 적발하면 이 사람이 출발한 태국에서 마약을 어떻게 받았는지 경로를 역추적한다"며 "한국에서 적발한 마약밀수 사범에 대해 현지 수사기관과 정보를 공유해 '원점'을 타격한다"고 말했다.

태국은 국경 인접국이 많아 국경을 넘어서까지 마약사범을 추격하는 경우도 적잖다. 태국 수사기관의 단속이 심해지면 현지 조직원들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가 캄보디아 상황도 어려워지면 라오스나 베트남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외국으로 도주한 마약사범을 검거하기 위해 공식적인 외교 경로를 통해 협조를 요청할 경우 답신을 받는 데만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B수사관은 "각국 마약수사기관이 공조체제를 구축하면 신속한 추적과 검거가 가능하다"며 "국경을 넘어 도망간 사범을 끝까지 쫓아 공급망 자체를 끊어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ODA(공적개발원조)의 일환으로 라오스,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마약수사 인프라 지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ODA 사업 임무로 파견됐던 마약 수사관 C씨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는 수사인력이나 장비가 열악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지에서 장비를 지원하거나 수사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라며 "해당국과의 수사공조가 장기적으로 국내 마약범죄를 예방하는 방편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