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청사 /사진=뉴시스

사업자 등록 명의를 도용당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명의변경을 신청하자 자료가 부족하다며 반려된 사안에 대해 법원이 위법성이 있다고 판결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양상윤)는 지난해 10월18일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국민건강보험료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 1심에서 "피고가 원고에 대해 한 사업장 대표자 소급 변경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한 사업장의 사업자 등록상 명의자인 A씨는 2017년 12월부터 2019년 4월까지 건보공단에 보험료를 내지 않았다. 공단은 2023년 3월 보험료 미납을 이유로 A씨의 건물과 예금채권을 압류했다.

조사결과 B씨가 A씨의 명의를 차용해 사업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포세무서는 이를 확인하곤 부과했던 부가가치세 등을 취소하고 대표자 명의를 2017년 4월자에 소급 변경했다. 근로복지공단 역시 소급해 변경했다.

다만 건보공단은 2017년 4월자로 소급해 변경해달라는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부 업무처리 기준상 자료가 미비해 접수 당일 서류 보완을 요구했는데 A씨가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이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B씨로부터 사업자등록 명의를 도용당했고 적어도 직위를 이용한 강요 또는 기망에 의해 명의가 이용됐다"며 "이 사건 거부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령상 명의도용으로 인한 사용자 변경 신고와 관련해 필수적으로 첨부해야 하는 자료 규정이 별도 존재하지 않다"며 "피고로서는 원고가 제출한 변경신고서 등을 기준으로 사업자등록 명의의 도용 여부를 실질적으로 심사해 변경 신고의 수리 여부를 결정해야 했는데 원고의 법률대리인에게 내부의 업무처리 기준에 불과한 업무처리 지침을 이유로 들어 이 사건 거부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가 명의도용 여부에 관해 내부적으로 검토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고 단순히 증명할 수 있는 공적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형식적인 이유로 실질적인 심사 자체를 거부한 것은 적법한 거부 사유 없이 이뤄진 것으로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건보공단은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고 현재 2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