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18일 결정된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윤 대통령은 헌정사 처음으로 구속 수사를 받는 현직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구속영장 청구서에 윤 대통령을 "전형적인 확신범으로 재범 위험이 있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입장을 뒤집고 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출석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에서 당직법관인 차은경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0기) 심리로 열린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측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던 체포적부심을 법원이 지난 16일 기각하면서 서울서부지법의 관할권이 인정된 것은 물론, 일각에서 제기됐던 법원 쇼핑 논란도 해소됐다고 보고 체포영장에 이어 구속영장도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다.

영장실질심사가 주말에 진행되면서 앞서 서울서부지법에서 각각 두차례 체포영장을 발부했던 이순형·신한미 영장전담판사가 아니라 당직법관이 차 부장판사가 심리를 맡았다. 현직 대통령 구속 심사라는 초대형 형사사건을 주말 당직법관이 맡는 상황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체포 피의자의 구속 심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장 청구 다음날까지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 근무시간 외나 공휴일에는 당직법관이 영장 업무를 담당한다.

"전형적 확신범" 적시…증거인멸 가능성 지적

/그래픽=김지영

공수처가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한 혐의는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이다. 공수처는 구속영장 발부 주요 사유인 혐의 소명과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범죄 중대성, 재범 위험성 등을 두루 청구서에 담았다. 출석 불응이나 불응할 우려만으로도 발부되는 체포영장과 달리 구속영장 발부에는 더 높은 수준의 요건이 요구되는 만큼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입장이다.

영장 청구서에는 특히 "전형적인 확신범"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발표한 대국민 담화와 자필 편지, 조사 불응,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불출석 등에 비춰보면 범행을 전혀 뉘우치지 않는 확신범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공수처의 판단이다.

공수처는 또 윤 대통령이 2차 계엄을 실행하려고 시도한 정황이 있고 만약 탄핵이 기각되면 다시 비상계엄 선포 등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점도 청구서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의 극단적인 주장을 지지해왔다는 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나 재판을 받게 되면 유튜버 등 지지자들을 자극해 유혈 충돌 등 불상사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텔레그램 탈퇴와 휴대전화 교체,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으로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는 내용도 영장 청구서에 담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7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돼서도 검사 때 쓰던 휴대폰을 갖고 있으니까 '무조건 바꾸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가 당시 기자회견 이후 전화번호를 바꾸고 텔레그램도 탈퇴했다. 검찰 수사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총선 전후부터 비상계엄을 고민하기 시작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교체 전 휴대폰에 상당한 증거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공수처를 포함해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 모두 아직 윤 대통령의 휴대폰을 확보하지 못했다.

공수처에서는 이와 함께 영장실질심사에 차정현 수사4부장 등 검사 6~7명이 출석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무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을 밀어붙여 선포했다는 점도 강조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 출석키로…"계엄 정당성 등 직접 주장할 것"

/그래픽=윤선정

윤 대통령은 전날 밝혔던 불출석 입장을 바꿔 구속실질심사에 직접 출석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부터 서울구치소에서 윤갑근·배진한·김홍일 변호사를 1시간 넘게 접견한 끝에 변호인단을 통해 영장심사에 출석하겠다고 알렸다.

윤갑근 변호사는 취재진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법정에 직접 출석해 당당하게 대응하는게 좋다는 변호인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출석하기로 결심했다"며 "특히 대통령의 명을 받아 계엄업무를 수행하거나 질서유지 업무를 수행한 장관, 사령관 등 장군들, 경찰청장등이 구속된 것을 너무 안타깝게 생각하고 법정과 헌법재판소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설명해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마음에서 출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18일 밤 결정…구속 후 기소 땐 1심 최장 6개월 구금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찬성 57%, 반대 36%로 나타났다. /그래픽=뉴스1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게, 늦어도 오는 19일에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중대성을 감안하면 최종 결정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도 심사 이후 발부까지 33시간이 걸렸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7년 3월30일 오전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9시간 심문을 받은 뒤 8시간 뒤인 이튿날 새벽 3시쯤 구속이 결정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22일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고 법원은 12시간 넘게 서류를 심사한 뒤 그날 밤 11시쯤 영장을 발부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윤 대통령은 최장 20일 동안 구속상태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에서 10일,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서 10일이 원칙이지만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구속영장 최장 시한인 다음달 초 검찰이 윤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면 윤 대통령은 1심 재판 기간 동안 최장 6개월 동안 추가로 구치소에 구금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윤 대통령 측이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신청해 구속의 부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체포적부심 청구와 마찬가지로 구속적부심 역시 서울 중앙지법에 낼 것으로 보인다. 체포적부심, 구속적부심, 가석방 청구 등 수사 단계마다 보장된 권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서울 한남동 관저로 돌아가 불구속 수사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