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 경찰 병력이 배치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후 2시부터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출석하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법정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내란죄 불성립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서울서부지법 심사를 관할 위반으로 규정하고 출석을 거부했지만 이젠 적극적으로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겠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오전 취재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법정에 직접 출석해 당당하게 대응하는게 좋다는 변호인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출석하기로 결심했다"며 "특히 대통령의 명을 받아 계엄업무를 수행하거나 질서유지 업무를 수행한 장관·사령관 등 장군들, 경찰청장 등이 구속된 것을 너무 안타깝게 생각하신다"고 전했다.

이어 "법정과 헌법재판소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설명해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마음에서 (윤 대통령이) 출석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종합하면 현직 대통령 구속 가능성이라는 중대성을 두고 법원에 직접 입장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변호인단의 권유를 윤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구금기간이 48시간으로 제한된 체포영장 발부와 최장 20일 구금되는 구속영장 발부는 법적 의미가 크게 다르다. 체포영장의 경우 조사 불응이나 불응 우려만으로도 발부되지만 구속영장은 범죄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되는지를 비롯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범죄 중대성,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발부 요건이 훨씬 깐깐하다. 그만큼 발부될 경우 의미가 크기 때문에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직접 출석해 입장을 밝혔는데도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윤 대통령이 질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서울서부지법에서 1·2차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1차 체포영장에 대한 이의신청이 기각된 데 이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체포적부심까지 기각되는 등 윤 대통령이 그동안 불출석했던 법정에서 기대와 다른 결과가 이어지면서 전략을 변경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내란죄 형사사건 재판이 불가피한 만큼 계속 불출석해 법원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게 아니겠냐는 얘기다.

윤 대통령 측 김홍일·윤갑근·송해은 변호사는 이날 오전 9시30분쯤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을 접견해 출석 여부를 논의했다. 전날 윤 대통령 측은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한다면 불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윤 대통령과의 접견 후 이날 입장을 뒤집었다. 윤 대통령은 전날까지는 주변에 "구속 상황에 대해서 인정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된 거 물 흐르듯 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심사 불응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공수처가) 기소를 하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 재판에 응할 것이라는 입장"이라면서도 공수처가 공수처법상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하는 영장에는 응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5일 체포영장 집행 뒤 공수처에서 조사를 받을 때도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내란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일체 진술도 거부했다. 조사 종료 이후 조서 열람과 날인도 거부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하면 지난 15일 공수처에 체포돼 서울구치소로 호송되는 과정에서 차량에 탄 모습이 노출된 지 사흘 만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다만 서울서부지법 주변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유튜버 등이 몰리면서 경찰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는 데다 윤 대통령이 포토라인이 서지 않기로 하면서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이 노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영장심사는 서울서부지법 당직법관인 차은경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0기)가 심리한다.

심사에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위법 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직 대통령 신분이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도 주장할 전망이다.

공수처에선 차경환 부장검사를 포함해 6~7명이 출석해 윤 대통령이 체포 전 3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점, 체포 단계에서 경호처를 앞세워 영장 집행을 방해한 점, 체포 이후에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점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구속영장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전형적인 확신범"으로 재범 위험성이 크고 휴대폰을 교체하고 텔레그램에서 탈퇴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도 적시했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게, 늦어도 19일 오전 중에는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서부지법은 윤 대통령 구속영장 심문기일 하루 전인 17일 저녁 7시부터 법원 청사 출입구를 폐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