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에게 살해된 김하늘양의 아버지가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중 하늘이가 평소 좋하했던 프로축구팀 대전시티즌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2.12/사진=뉴스1

대전 초등생 살해 사건 가해자 여교사가 평소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심신미약 등을 이유로 감형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사건이 벌어진 정황 등을 고려하면 우울증을 이유로 감형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가해자 A씨는 경찰에 "우울증을 앓아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A씨는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았고 정신 질환을 이유로 수차례 병가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A씨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심신미약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를 뜻하는 말로 법원에서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라는 점이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감형을 해줘야 한다.

다만 A씨의 행적 등을 고려할 때 심신미약이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법조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서정빈 법무법인 소울 변호사는 "A씨는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고 학교에서 학생·직원이 별로 없는 시간대를 선택해 가족들이 찾기 힘든 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에 대한 의사가 충분히 계획돼 있고 그 계획대로 실행했기 때문에 심신미약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심신미약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잔혹한 범행수법을 사용했고 교사가 범행에 취약한 초등생을 상대로 살해를 저지르는 등 형을 무겁게 할 요소가 훨씬 더 많아 가중처벌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관측했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재판이 이뤄지기 전 형을 예측해 보는 것은 어렵지만 A씨가 최소 2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심신미약이 인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등에 따르면 살인범죄의 경우 범행정도에 따라 5가지 유형으로 나뉘고 형량이 결정된다. △참작 동기 살인(기본형량 4∼6년) △보통 동기 살인(기본형량 10∼16년) △비난 동기 살인(기본형량 15∼20년) △중대범죄 결합 살인(기본형량 20년 이상)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기본형량 23년 이상) 등이다.

A씨의 범행은 '비난 동기 살인'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별다른 이유가 없는 무작위 살인, 보복살인 등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기본 형량이 15∼20년으로 감형해 줄만한 요소가 있을 경우 10∼16년, 가중할 요소가 있을 경우 18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의 형이 선고된다.

이 밖에 가중요소가 감경요소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 상한을 2분의 1까지 높일 수 있다. 반대로 감경요소가 가중요소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 형량범위 하한을 2분의 1까지 낮출 수 있다.

살인범죄의 대표적인 가중요소는 △계획적 살인 범행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잔혹한 범행수법 △반성없음 등이다. 감경요소는 △미필적 살인의 고의 △심신미약 △자수 등이 있다.

한편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지난 10일 오후 5시50분쯤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시청각실에서 8세인 김하늘(8)양을 살해하고 자해한 채 발견됐다. A씨는 사건 당일 돌봄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마지막 학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김양에게 책을 준다며 유인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김양을 살해한 뒤 자해했고 수술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