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 /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상황에 대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국회 봉쇄,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조지호 경찰청장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일련의 행위들이 내란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증언했다. 혈액암 투병 중인 조 청장은 앞서 건강상 이유를 들며 증인 출석을 두 차례 하지 않은 바 있다.

조 청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8차례 전화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 등을 "닦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조 청장은 총 10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조 청장은 이날 비상계엄 선포 당시 경찰의 국회 봉쇄, 정치인 체포 등과 관련한 사실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을 피했다. 현재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있는 만큼 증언을 하면 재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조 청장은 다만 "비상계엄 선포 당시 내란이라는 생각을 해봤느냐"는 질문에는 "내란이라고 생각했으면 그렇게 안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13만 경찰의 수장이었던 분이 그대로 사실을 얘기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형사재판을 통해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사실대로 밝히고 책임질 부분은 지겠다"고 답했다.

조 청장은 비상계엄 해제 직후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죄송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이 지시한 사항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 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윤 대통령은 "덕분에 빨리 잘 끝났어"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조 청장은 "(비상계엄 해제 직후 박현수 당시 행정안전부 경찰국장·현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와의 통화에서) 인간적으로 (대통령에게) 죄송한데 경찰청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조 청장은 또 윤 대통령의 빨리 잘 끝났다는 말을 질책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헌법재판소 제공)

조 청장은 김형두 재판관이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조 청장이 협조를 안 했느냐"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이 전화를 했는데도 협조를 안 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 윤 대통령 측이 조 청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질의를 집중적으로 하는 일도 있었다. 조 청장이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다수 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을 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 대리인 이동찬 변호사는 이날 조 청장에게 "조사 당시 섬망 증세가 있다거나 치료 중에 그런 것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조 청장은 "조사 시간이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일곱 시간인데 그 사이 계속 휴식을 취하면서, 병원에 있을 때는 누워서 조사를 받다시피 했다"고 답했다.

조 청장은 또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나서 갑자기 폐렴 증상이 와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섬망 증세가 있다던지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당시 정신이 없었을 것 같다"는 이 변호사의 물음에는 "초유의 사태이고 엄중한 사안이라 많이 긴장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모든 증인 신문이 끝난 뒤 조 청장을 향해 "건강 빨리 회복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