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5.1.20/사진=뉴스1

실제 성폭행이 이뤄지지 않아 미수에 그쳤더라도 피해자가 부상을 당했다면 특수강간치상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권영준)는 2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특례법 위반(강간등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특수강간 미수에 그쳤더라도 특수강간치상죄 성립이 가능하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지었다.

특수강간치상죄는 특수강간 과정에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을 때 적용되는 '결과적 가중범'이다. 결과적 가중범은 기본범죄에 예상하지 못한 중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가중처벌하는 범죄 유형을 뜻한다. 특수강간이 기본범죄가 되고 피해자가 입은 상해가 중한 결과가 된다.

이에 학계에서 기본범죄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결과적 가중범을 적용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어 왔는데 대법원이 이에 대한 결론을 이날 내린 것이다.

이 사건은 피고인 A씨와 B씨가 2020년 3월 술자리에서 만난 피해자의 동석자가 먼저 귀가하자 강간을 공모하면서 불거졌다. A씨 등은 편의점에서 숙취해소제를 구매한 후 소지하고 있던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넣어 피해자에게 마시게 한 뒤 성폭행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피해자의 남편과 동석자가 피해자에게 통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바람에 A씨 등의 범죄는 미수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졸피뎀으로 인해 일시적 수면 또는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는 상해를 입었다.

1심은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특수강간치상죄 등을 인정해 A씨에게 징역 6년, B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심도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A씨에게 징역 5년, B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기본범죄가 미수에 그쳤으나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이를 인정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보고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했다.

대법원은 "특수강간 실행에 착수했으나 미수에 그쳤더라도 이로 인해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으면 특수강간치상죄가 성립한단 원심판결에 법리 오해가 없다"며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