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사진=뉴시스

대법원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전원합의체(전합) 심리를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오는 6월3일 대선 전, 이르면 대선 후보 등록 기한인 다음달 11일 전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합은 지난 22일과 24일 두 차례 합의를 진행했다. 지난 22일 오전 전합 회부를 결정한 직후인 오후에 바로 첫 합의를 진행하고 또 이틀 만에 회의를 열었는데 이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전합은 대법관들이 각자 사안 검토를 끝낸 뒤 한 차례 합의를 열어 의견을 교환하고 선고를 진행한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이례적 심리 속도에 대법원이 언제쯤 이 전 대표 상고심 선고를 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선고 결과가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법 위반 사건은 2심 선고 후 3개월 안에 최종심 판단이 나와야 하지만 실제 이 전 대표 사건의 이른 선고 가능하다고 보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절차상 시간이 끌릴 수 있고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심리 기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최근 행보는 이 같은 예상을 뒤엎고 있다.

이 전 대표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판단 시나리오는 크게 네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대법원이 2심에서의 무죄 선고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 전합이 이 전 대표 선거법 위반 2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그 판결을 확정할 수 있다.

반대로 대법원이 이 전 대표 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판단해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낼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은 원심이 법을 적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판단하고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새로 따지지 않는다. 2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보면 파기환송을 통해 2심에 돌려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자체로 확정 판결이 되는 것은 아니고 파기환송심을 다시 거쳐야 한다.

이 밖에 파기자판을 통해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다만 대법원이 스스로 재판을 해 원심 판단을 뒤집고 최종 결론을 내는 파기자판은 극히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세 가지 시나리오는 모두 대선 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른 선고를 할 것이 아니면 대법원이 심리에 속도를 낼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대법원의 5월 전합 정기 심리일은 22일로, 이 때 선고를 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대선 후보 등록 전 선고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다음달 내로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른 시일 내에 선고일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며 "판결문 작성에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지만 대법관들이 어느 쪽으로 판단을 할지는 이미 다 결정이 돼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물론 대법원이 이 전 대표 사건 선고를 대선 후로 미룰 가능성이 없지 않다. 대법관들 사이 견해 차이가 크면 결론이 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또 대법원이 굳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정무적 판단을 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 대표는 2021년 대선 후보였던 시절 방송과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성남시장 시절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등의 말을 해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성남시 백현동 부지 용도를 바꿔주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허위 발언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이 전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지난달 이 전 대표의 김 전 차장 관련 발언을 허위로 볼 수 없고 백현동 부지 관련 발언은 상당한 압박감을 드러낸 과장된 표현이라고 보고 무죄로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