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영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이 26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대법원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촉발된 사법부 안팎의 각종 논란을 논의하기 위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결론 도출 없이 대선 이후에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전국 법관대표들이 대법원의 이 후보 사건 선고 등에 관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정치 중립 훼손으로 비칠 수 있다는 법조계 안팎의 우려가 나오면서다.

전국법관대표회의 26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15분까지 약 2시간 동안 임시회의를 진행한 뒤 회의를 대선 이후에 다시 열기로 결정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간사인 안은지 창원지법 판사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날 임시회의는 종결했고 회의를 속행하기로 의결했다"며 "구체적 날짜는 대선 이후로 지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 회의는 전면 원격회의로 진행될 예정이다.

대선 이후 법관대표회의 속행은 구성원 126명 중 재석 90명에 찬성 54명, 반대 34명으로 의결됐다. 속행하는 회의를 전면 원격으로 하자는 데에는 재석 87명 중 찬성 48명, 반대 35명으로 의결됐다.

이날 사전 상정된 안건은 두 가지로 첫 번째 안건은 '재판 공정성'이다. 재판독립이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할 가치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재판의 공정성 등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 안건은 '재판 독립 침해 우려'다. 사법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며,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하는 책임 추궁과 제도 변경이 재판 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을 우려한단 내용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구성원들이 발의한 안건 5개가 추가로 상정됐다. 사전에 미리 정해진 안건 외에, 회의에서 제안자 외 9명 이상이 동의하면 추가로 안건이 상정될 수 있다. △특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전례 없는 절차 진행으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사법부의 신뢰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 상황에 대해 엄중히 인식한다 등이다.

이 밖에 △판결에 대한 비판을 넘어 판결한 법관에 대한 특검, 탄핵, 청문절차 등을 진행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임을 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 추궁과 제도의 변경이 재판 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향후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로 한다 △정치적 영역에서 해결할 문제가 법원의 재판사항이 되고, 재판의 결과가 곧 정치가 된다는 의미에서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가 이 시기 법관 독립에 대한 중대한 위협 요소임을 인식한다 등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안건을 공식 입장으로 의결해 발표하려면 참석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법관대표들이 이날 의결을 하지 않고 회의를 속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후보 사건과 관련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공식 입장은 도출되지 못했다.

법관 대표들은 대선 후 속행되는 회의에서 상정된 안건들에 대한 보충 토론을 진행한 뒤 의결할 계획이다. 전국 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모여 사법행정에 관한 의견이나 요구사항을 수렴하는 회의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