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TF 2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재판이 무기한 연기됐다. 법원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담긴 '헌법 제84조'를 이유로 제시했다. 소추에 기소는 물론 재판도 포함한 것으로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받고 있는 다른 재판들도 줄줄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법조계에선 '헌법 84조'의 해석을 두고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헌법재판소가 관련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는 9일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 기일을 '추후 지정'(기일을 다음에 정하는 것)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은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적힌 소추의 사전적 의미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이다. 재판부는 이를 넓게 해석해 재판의 진행도 소추에 포함된다고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헌법 제84조에 대해 법조계 해석이 분분했는데 재판부가 처음으로 해석을 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대법원이나 헌재에서 이와 관련한 유권 해석을 내린 적은 없었다.

이번 결정으로 이 대통령이 받고 있는 다른 재판들 역시 당분간 진행이 되지 않을 것이 유력해졌다. 이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외에도 △위증교사 사건 2심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1심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1심 △법인카드 사적 유용 사건 1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을 진행할지 여부는 각 재판부가 판단해야 하는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먼저 연기 결정을 내린 이상 다른 재판부가 이와 반대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 대통령 재판을 강행할 경우 국정 운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여론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만약 이 대통령 재판들이 줄줄이 중단, 연기될 경우 검찰이 이의를 신청할 수 있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헌재에 공이 넘어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정치권 등에서 권한쟁의심판 등을 청구할 경우 헌재가 헌법 제84조와 관련한 일정한 해석을 내려야 해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측에서 기일 지정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지만 의견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떤 구속성이 생기거나 사법부가 다퉈야 하는 판단 대상이 되긴 어렵다"며 "결국은 헌재가 헌법 제84조의 해석에 대해 논의한 뒤 내리는 일정 판단을 기다려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봐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사건을 맡게 된 서울고법 재판부는 당초 대선 전인 지난달 15일로 첫 공판 기일을 지정했다가 선거운동 보장 등을 이유로 오는 18일로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