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살해한 30대 남성 백모씨 /사진=뉴시스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가 2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민성철·권혁준)는 13일 살인, 총포화약법 위반, 모욕 등의 혐의를 받는 백모씨(38)에게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 과정에서 백씨는 범행 당시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기 때문에 감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백씨가 심신 미약 상태였던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 범행은 고도의 판단 능력이 필요하지 않다. 칼로 해를 가해 살해했을 때 어떤 책임을 지는지 판단을 못 할 정도의 심신 미약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백씨는 1심의 무기징역형이 너무 무겁다고도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백씨 스스로 피해자가 자신을 감시하고 째려본다는 이유로 범행한 것"이라며 "그런 이유로 사람을 살해한다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백씨를 일정 기간 후 사회로 다시 돌려보냈을 땐 이번 사건과 같은 결과가 또 발생할 위험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을 찾은 피해자 유족들을 향해서는 "피해자 가족들의 사형 요구가 절대 무리하거나 과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살인 범죄에 사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며 "이 점을 미약하게나마 헤아려 주시길 바란다.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백씨는 지난해 7월29일 오후 11시22분쯤 은평구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장식용으로 허가받은 1m 길이 일본도를 10여차례 휘둘러 피해자 김모씨(43)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