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2025.01.26. photo@newsis.com /사진=홍효식

심우정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6기)이 1일 임기 시작 9개월여 만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됐던 법무·검찰 수뇌부들의 물갈이가 본격화됐다. 또 임기 2년이 보장된 심 총장이 조기에 물러나면서 구심점이 사라진 검찰은 검찰 개혁에 뚜렷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의 첫 검찰인사가 단행되기 전에 심 총장에 이어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 등 고위급 인사가 잇따라 검찰을 떠나면서 인사 규모는 예상보다 커질 전망이다.

특히 심 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 관련 의견 한 번 내지 못하면서 이번 정부가 검찰총장부터 일선 평검사까지 잡음 없이 인사를 낼 수 있게 됐다. 검찰청법 34조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되, 이때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보직을 제청하도록 규정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 등과 해당 조항을 근거로 인사갈등을 벌였던 장면은 이번에 연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외풍을 막아줄 방패 역할들도 사라져 조직개편 이전까지 검찰의 직접수사는 사실상 중단되고 검찰업무는 경찰 송치사건을 처리하는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정치행정분과 검찰청 업무보고에 참석해 대검찰청 관계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5.06.20. photo@newsis.com /사진=김명원

아울러 검찰조직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줘야 할 총장과 검사장급들이 줄지어 사직하면서 검찰개혁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완전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 4법'(△검찰청 폐지법 △공소청 신설법 △중대범죄수사청 신설법 △국가수사위원회 신설법) 신속처리를 강조하고 있고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위원회 또한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주문하면서 검찰은 전례 없는 개혁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2020~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 및 검수완박(검찰수사권완전박탈) 당시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한목소리를 내던 분위기도 사라졌다. 3대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 동시가동으로 허리급 연차 100여명의 검사가 파견돼 자리를 비웠고, 고위직들도 물갈이 인사에 옷을 벗게 될 예정이라 사실상 검사들은 각자도생하는 분위기다. 정권 초기에다가 거대 여당의 강력한 추진력에 침묵하거나 옷을 벗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만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비교적 온건하고 합리적인 인사란 점이 검찰개혁의 유일한 변수가 될 것이란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봉욱 신임 민정수석 또한 대검 정책기획과장과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하며 검찰제도에 대한 이해가 높은 만큼 개혁대상인 법무부·검찰과 충분한 소통 속에 개혁 연착륙을 시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서도 "국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검찰개혁"을 강조하고 국회와의 협의, 소통 등을 강조하며 속도조절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