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9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KT웨스트빌딩 앞은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건물 주변으론 폴리스라인과 철제 펜스가 설치됐다. 경찰관 수백명은 김건희 여사가 출석하는 것을 기다리는 시민들을 통제했다.

이른 아침부터 몰려온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을 석방하라" 등을 쉼없이 외쳤다. 이들은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비를 입은 채 붉은 'Yoon Again' 모자를 눌러쓰고 태극기를 높이 치켜들었다. 한 70대 여성 지지자는 "특검 수사가 편파적"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다른 편엔 "김건희 구속"을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확성기를 들고 김 여사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윤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이들의 함성이 뒤엉키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6일 오전 10시쯤 서울 광화문 KT웨스트빌딩 앞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와 김건희 여사의 구속을 촉구하는 이들이 서로를 향해 고함을 지르고 있다/사진=양윤우 기자

예정된 김 여사 소환 시간인 오전 10시가 되자 지지와 반대 양측의 함성이 더욱 거세졌다. 소환 시간보다 10여분 늦게 김 여사가 탄 카니발 차량이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김건희 여사 화이팅"을 거듭 외쳤다. 반대 측은 "즉각 구속하라"고 야유를 퍼부었다. 차량에서 내린 김 여사는 검은색 정장 차림에 옅은 화장을 한 모습이었다. 김 여사는 시선을 바닥만 향한 채로 30m 정도를 터벅터벅 걸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김 여사는 이날 조사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 저같이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며 "수사 잘 받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께 더 하실 말씀 없느냐"는 질문에는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다른 질문에는 이렇다 할 답을 하지 않았다.

김 여사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뇌물 등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이날 김 여사를 상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방대한 양의 각종 의혹과 관련한 전방위적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직 영부인이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된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김 여사의 소환 모습을 보기 위해 주변 직장인이 일부 나왔지만 통행에 불편을 줄 정도로 붐비진 않았다. 주변을 지나던 회사원 정모(30대·남)씨는 "출근길에 고성이 들려 놀랐다"며 "전직 대통령의 부인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조사받는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근처를 지나던 한 직장인 여성도 "살다 보니 전직 대통령 부인이 포토라인에 서는 것도 보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