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 조희대 대법원장이 "종합적으로 대법원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왜 위헌이냐, 국민의 주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국회의 입법 권한을 강조한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나온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사건 관련 별도 재판부를 두는 내용의 내란특별법을 추진 중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국회 입법과정에서 대법원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계속 국회와 협의하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전국법원장회의를 통해 법관들의 의견을 들어보려 한다"며 "사법의 본질적 작용, 우리 현재의 사법인력의 현실 등(을 고려해) 어떤 것이 가장 국민한테 바람직한지 공론화를 통해 충분히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회는 국민의 주권을 가장 직접적으로 위임받았다. 국가 시스템을 설계하는 건 입법부의 권한"이라며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거다. 사법부 구조를 사법부가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입법부를 통한 국민의 의지는 존중돼야 한다. 국민의 시각에서 요구하는 제도와 시스템은 존중돼야 한다"며 "입법부와 사법부가 이 문제로 다투면 저도 의견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사법개혁특위는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 평가제도 변화를 통한 인사 시스템 개편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이 입법절차에 속도를 내면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일 법원내부망인 코트넷에 "사법부 공식 참여 기회 없이 신속한 입법 추진이 진행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날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고 민주당의 사법개혁 법안과 내란특별재판부 구성 관련 의견을 수렴한다. 임시회의가 열리는 것은 2022년 3월 코로나 사태 관련 영상재판과 스마트워크제 등을 논의한 후 3년6개월 만이다. 국회 입법속도가 빨라진 만큼 사법부가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서둘러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법원장회의는 각급 법원장과 사법연수원장, 사법정책연구원장 등 고위법관이 모이는 회의로 정기회의는 매년 12월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