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출신 A씨는 지난해 12월 출산을 앞두고 친정 부모를 한국으로 초청했다. 부모에게 아이의 양육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A씨는 출산 후 부모의 국내 체류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결혼이민자는 출산·육아 지원을 위해 부모를 초청할 수 있고 초청받은 부모는 입국일로부터 최장 4년 10개월까지 한국에 머무를 수 있는 방문동거 비자(F-1)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인천출입국관리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A씨의 부모에게 오는 28일까지 출국할 것을 통보했다. A씨의 부모는 왜 한국에 머무를 수 없을까.

남편 외도로 끝난 결혼생활…"귀화까지 했는데 저는 한국인 아닌가요?"

캄보디아 출신 A씨는 8년 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면서 한국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결혼 후 한국인으로 귀화하고 남편과 사이에서 두 아들을 낳았다.

자영업을 하는 남편은 수입이 일정하지 않았다. 생계를 위해 A씨는 공장에 나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이틀 이상 야근까지 해가며 두 아이를 돌보기는 불가능했다. 시댁에서도 아이들을 돌봐줄 형편이 안됐다.

한국에서는 도와줄 이를 찾지 못한 A씨는 아이들을 캄보디아의 친정에 맡겼다. 조금만 생활이 나아지고 아이들이 커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아이들을 다시 데리고 올 생각이었다. 네 식구가 한 집에서 살날을 꿈꾸며 A씨는 일을 했다.

2년 전 A씨는 아이들을 보기 위해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왔을 때 남편은 집에 없었다. A씨도 모르게 남편은 이사를 갔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남편을 찾았지만 남편 옆에는 다른 여자가 있었다. 결국 남편의 외도로 A씨의 결혼생활은 끝이 났다.

A씨는 이혼 후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온 캄보디아 남성을 만나 재혼을 했고 곧 임신을 했다. A씨는 가족이 모여 함께 살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서 두 아들과 이제 태어날 갓난아이까지 키우며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A씨가 아이들과 함께 살려면 일을 해야 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살면 일을 할 수가 없었다.

A씨는 출산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친정 엄마를 한국으로 불렀다. 엄마가 아이들을 돌봐주면 일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A씨의 친정 엄마는 외국인 정책본부의 체류자격별 안내 매뉴얼에 따라 방문동거(F-1) 비자를 신청했다. 외국인정책본부의 체류자격별 안내매뉴얼은 결혼이민자의 출산·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결혼이민자의 부모에게 장기체류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녀가 친정 엄마와 함께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난 15일 A씨 부모의 체류기간 연장 불허 결정을 통지했다.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는 '한국인과 이혼상태이므로 자격 변경 대상이 아님'이라며 오는 28일까지 A씨의 부모는 출국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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