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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네이버 영화 |
20여 년 전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할 때 일이다. 어느 수업인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담당교수님이 '로렌조 오일'이라는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써오라는 과제를 내주셨던 기억이 난다.
1993년 개봉된 이 영화는 아들 로렌조가 희귀병에 걸리게 되면서 부모들이 관련 치료법을 모색하다가 로렌조 오일이라고 칭하게 되는 기름인 식품을 통해서 희귀병 치료에 큰 효과를 얻었다는 줄거리였다. 당시 식품이란 단순히 생명유지를 위해 섭취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질병치료 등 생명 보존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분야라는 식품영양학도로서 자부심을 주는 영화였다. 더불어 자식의 병마를 극복하고자하는 부모의 열정과 노력에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영화 속 가장 유명한 대사는 "여보, 우리가 하는 이 모든 노력이 이미 고통을 받아 버린 우리 아이가 아니라 다른 많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봤소?"였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 다 같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두 같은 것이겠지만 당시에는 부모가 아니어서 대사 하나 하나가 완벽하게 마음에 와 닿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부모가 되고 나서인지 최근 '옥시 사건'을 보면 정말 치가 떨리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회사의 관련자들과 실험을 담당했던 대학교수, 관련 부처 공무원 등 누구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남의 탓으로 미루기만 하면서 마음에도 없는 사과만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은 온 국민 공통으로 느끼는 심정일 것이다.
직업의 특성상 수사기관으로부터 입건된 피의자나 행정처분을 받은 영업자들을 위한 변론을 하고 있지만 옥시와 같은 회사라면 도저히 최선을 다해서 변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또 이런 악의적인 회사들에게 응징을 할 수 있는 법적 제도나 방법이 없는지도 되묻게 된다.
바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천문학적인 금액을 손해배상 청구해서 승소한다해도 물론 부모의 분노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악의적인 기업에 대한 회생불가의 강력한 철퇴가 될 수 있을 것이며 범죄 예방의 효과에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은 제도는 없을 것이다.
식품위생법에서도 이미 2013년 7월30일 부당이득환수제도를 통해서 위해식품을 판매한 경우 소매가격의 4배 이상 10배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을 명시해 놓았다. 그렇지만 모든 사건에 대해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유죄로 확정된 자가 5년 이내에 재범을 해야만 처벌이 가능하다.
대부분 영업자들은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친인척이나 소위 '바지사장'을 내세워 영업을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사문화(死文化)된 조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식품분야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시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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