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3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 앞 노천극장에서 열린 캠퍼스 푸드트럭 프로젝트 오픈식에서 대학생 사장이 학생들을 상대로 시식행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뉴스1

아메리칸 셰프라는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로드무비가 개봉된 적이 있었다. 일류 유명 셰프가 평론가와 다툼 끝에 실직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아이와 함께 마이애미에서 LA까지 푸드트럭을 운영하면서 유명해진다.

이 영화는 맛있는 요리를 하는 셰프의 열정, SNS를 통한 폭넓은 소통, 그리고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이해, 그에 이은 화해까지 포함하는 휴먼드라마다. 하지만 식품전문변호사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아, 저 푸드트럭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라 저 셰프는 전과자가 되겠구나'였다.

규제 개혁의 상징 푸드트럭 식품위생법엔 관련 규정 없어

푸드트럭이라는 용어가 처음 언론에 보도된 것은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통해서였다. 규제개혁과 일자리창출과 맞물려 언급됐다. 이후 푸드트럭은 식품 분야에 있어 규제개혁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영업의 종류가 규정돼 있는 식품위생법 어디에도 푸드트럭이라는 영업 분류는 찾을 수가 없다.

식품위생법에서는 음식 등을 조리해서 판매할 수 있는 영업을 식품접객업이라고 정의한다. 그 종류로는 휴게음식점, 일반음식점, 단란주점, 유흥주점, 제과점영업이 전부다. 굳이 현행 법령에 따라 푸드트럭에 대한 영업의 종류를 고르라면 휴게음식점 정도가 될 것이다.

식품위생법에 규정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모두 시설기준과 영업자준수사항을 지켜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을 받아 전과자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업자들은 시설관리와 위생관리에 매우 철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제도와 법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식품접객업소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푸드트럭 특혜 안 돼…관련 법령 개정해 합법화 해야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에서 청년 창업지원 대책으로 1000개의 푸드트럭을 만들겠다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강남구와 동작구에서 불법 노점상들을 철거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을 잘 알고 있을 텐데도 말이다.

과연 서울시는 제대로 된 법령 검토와 현행 규정을 알면서 이런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1년 뒤 폐업율이 매우 높은 영세 자영업자의 미래도 고려한 것인지 궁금했다. 이런 고민도 없이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추진을 위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푸드트럭은 결국 노점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탄천 등 특정 지역에 상하수도 시설을 갖추고 위생관리를 하면서 점용료 등을 징수하면서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현행 법령을 개정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신고하고 영업하는 영업자들과 비교해서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

국민과 한 약속인 법령의 개정을 통해 모두 합법적으로 만들어야 기존 영업자와의 갈등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또 그래야 푸드트럭 영업자도 안심하고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정책과 제도는 법령이 가장 기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