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의 천국인 미국엔 기적 같은 홈쇼핑 대박 신화 스토리가 많다. 최근 개봉한 '조이'라는 영화는 가난한 싱글맘의 기사회생 성공 스토리다. 이혼한 부모님과 전남편, 할머니와 두 아이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어렵게 살아가던 싱글맘이 아이디어를 떠올려 신상품을 기획, 제작하지만 파산직전까지 몰리다가 결국 성공하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스팀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한 주부 출신 CEO가 몇 년 전 홈쇼핑에서 대박을 터뜨렸다는 얘기를 들은 바가 있다. 그리 낯선 이야기는 아니지만 매일 TV에서 접하는 홈쇼핑의 영향력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그만큼 홈쇼핑의 중요성도 커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홈쇼핑에서는 여러 가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그중 가장 매출이 큰 분야가 식품일 것이다. 식품 중에서도 건강과 관련이 있는 건강보조식품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증을 받은 기능성 물질이 첨가된 건강기능식품이 대다수다.

건강보조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의 구분은 제품 표시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정한 ‘인증마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처럼 건강과 관련된 식품을 구분해서 구매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광고 모델이나 제품 개발자가 누구냐라는 것이다.

최근 케이블방송 등의 활성화로 각종 건강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방송을 통해서 스타가 된 의사나 한의사 등의 의료인들이 직접 제품을 개발하거나 제조회사를 설립해 홈쇼핑을 통해 판매를 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의료인이 일반 영업자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양심적으로 제품을 만든다면 국민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긍정적인 면에 비해 부정적인 면이 크다. 일반 식품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인이 만들었든 일반 영업자가 만들었든 간에 건강 유지를 도와주는 정도이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유명한 한의사나 의사가 출연해 자신이 개발한 제품에 함유된 식품원재료가 마치 한의학이나 의약품처럼 효과가 매우 좋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은 이미 그 제품을 의약품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지도 높은 의료인이 일부 문헌에 의지해서 말하는 것이 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질 위험도 있다. 또 의료인 개인의 의견이 마치 비법처럼 여겨지는 것도 큰 문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의료인협회에서 자정 작용의 일환으로 이와 같은 '쇼닥터'들에 대해서 내부 규정을 적용하여 징계 등의 처벌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시대를 맞이하여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이용하여 건강식품에 대한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일반 식품에 대해서 소비자들에게 과장된 신뢰를 유도하여 과도한 섭취를 조장하는 일은 방지되어야 한다.

스카이특허법률사무소의 김태민 변호사는 1973년 태어나 변호사시험 1회에 합격했다. 식품영양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식의약 관련 사건을 주요 분야로 삼아 일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식품과 의약품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