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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이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받았다. 같은 날 이주노동자 퇴직금 규정도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받았다. 언론은 헌법재판소의 성매매특별법 결정을 발 빠르게 보도했다. 반면 이주노동자 퇴직금에 관한 기사는 보름이 지나서야 등장했다. 언론은 무관심했지만 퇴직금에 관한 고용허가제법 규정은 이주노동자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사건의 발단은 2013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주노동자는 출국해야만 퇴직금(법상 명칭은 '출국만기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고용허가제법(정식 명칭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그 전까지 고용허가제법은 이주노동자의 퇴직금 지급 시기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주노동자 역시 여느 노동자처럼 퇴사 후 14일 내에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사용자는 퇴사 후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국을 했는지 여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아니 이주노동자는 출국을 하면 퇴직금을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오히려 출국 전에 다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퇴직금은 출국한 날로부터 14일 내에 지급되어야 한다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불법체류 이주민을 단속하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법안은 그대로 통과됐다.

정작 법의 적용을 받는 이주노동자들은 법안 통과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런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것도 몰랐다. 법안이 통과되고 몇 개월이 지난 후에야 이주노동자들 사이에 개정 법률의 내용이 알려졌다. 부랴부랴 개정 법률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미 바뀐 제도가 시행되고 헌법소원을 청구한 지 만 2년이 되어서야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외국인근로자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이므로 퇴직금의 지급 시기와 관련해서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지만, 퇴직금의 성격을 가진 출국만기보험금은 내국인근로자와 달리 출국 후에만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개정 법률 조항으로 인해 외국인근로자와 내국인근로자 사이에는 차별이 발생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불법체류 방지를 위해 그 지급시기를 출국과 연계시키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또한 퇴직금의 지급 시기를 "출국 후 14일 이내로 한 것은 고용허가를 받아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근로자의 특수한 지위에서 기인하는 것이다"고 판단했다. 요컨대 외국인근로자와 내국인근로자의 퇴직금 지급 시기를 달리 정한 것은 차별이지만,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이주노동자의 근로의 권리가 제한되는 것은 용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계 자료를 보면 출국 후 퇴직금 지급과 불법 체류율 감소는 상관이 없어 보인다. 개정 법률 시행 직후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숫자는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2014년 10월 이후에 소폭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이 법률조항 때문이 아니라 대폭 강화된 불법체류자 단속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어떤 수단이든 동원할 수 있다는 논리도 성립하지는 않는다. 불법체류는 출입국 관리로 해결할 문제이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모든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그들의 가장 중요한 임금에 관한 권리를 제한해서 얻는 효과라는 것이 무엇인가. 검증되지 않는 불법체류 단속의 효과를 위해 절대다수의 이주노동자가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본국으로 출국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 봐야 할까.

특히 이주노동자의 특수성을 이유로 퇴직금 지급 시기의 차별을 용인하는 헌법재판소의 논리대로라면 이주노동자의 특수성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하고,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제외하고 산재를 승인하지 않겠다는 논리도 성립 가능하다. 이미 19대 국회 때 여당의 모 국회의원은 이주노동자에게는 내국인과 똑같은 최저임금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적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헌법, 근로기준법의 규정은 조금씩 사문화되어 가고 있다.

이정미, 김이수, 서기석 재판관은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 퇴직금이 신속하게 지급되지 않는다면 퇴직근로자 및 그 가족의 생활은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제36조 본문은 퇴직금을 퇴직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퇴직금의 성질을 가진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무조건 출국과 연계하는 것은 퇴직금의 본질적 성격에 반한다.", "외국인근로자의 불법체류 문제는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제한하는 방법이 아니라, 불법체류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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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변호사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일하고 있다. 이주민, 청소년, 비정규직, 중고령자 등 취약한 지위의 노동자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감은 국내 최초로 공익활동을 본업으로 삼은 비영리변호사단체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장을 통해 나의 '상식'이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세상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