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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법인과의 거래에 대한 원천징수 처분에 불복한 CJ E&M이 과세당국을 대상으로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 국내 과세당국에 세금을 내야할지 여부를 확인할 의무를 국내기업에 부과한 판결이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제2부(부장판사 윤경아)는 2011~2013년 사업연도 원천징수 법인세·가산세로 23억9000여만원의 처분을 받은 CJ E&M이 제기한 과세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CJ E&M은 미국 미디어기업 비아콤 그룹의 헝가리 계열사인 VIH(비아콤 인터내셔널 헝가리)와 영화 등 콘텐츠에 대한 국내 배급계약을 체결하고 2011년 5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총 135억5000여만원의 콘텐츠 사용료를 VIH에 지급했다. 과세당국은 이 사용료에 대한 원천징수 법인세를 CJ E&M에 부과했는데 이 조치가 적정했는지가 다툼의 내용이다.
비아콤은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 음악채널 MTV 등을 거느린 거대 미디어그룹이다. 당초 CJ E&M은 파라마운트 영화 등을 공급받기 위해 VGN과 계약관계를 유지해왔으나 2011년 5월부터 계약상대방이 VIH로 바뀌었다. VIH는 VGN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아콤 계열사로 2010년 9월 설립됐다. 이 과정에서 CJ E&M의 계약 상대방이 바뀌었다.
CJ E&M의 계약상대방이 VGN이었을 때는 사용료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CJ E&M이 원천징수 의무자로서 한국 과세당국에 납부했다. 영화 등 콘텐츠 사용료에 대해 "일방국(한국)에서 발생하고 타방국(네덜란드) 거주자에게 지급된 사용료는 (중략) 그 사용료가 발생하는 나라(한국)에서 해당국 법에 따라 사용료의 15% 한도에서 과세할 수 있다"는 한국·네덜란드 조세조약에 따른 것이다.
이를테면 CJ E&M이 예전 VGN과 100억원어치 콘텐츠 공급계약을 체결할 때 15억원의 원천징수 세금을 제한 85억원만 VGN에 지급했다. 콘텐츠를 제공받기 위해 CJ E&M이 납부해야 할 금액은 VGN에 지급한 금액(85억원)과 국내 과세당국에 납부한 금액(15억원)을 합해 100억원이다.
계약 당사자가 네덜란드 소재 VGN에서 헝가리 소재 VIH로 바뀔 경우 구조가 달라진다.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한 조세조약의 특성 때문이다. 한국·헝가리 조세조약의 경우 영화 등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과세는 수취자 소재국에서만 이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VIH로 계약 상대방이 바뀌면서 CJ E&M은 종전까지만 해도 비아콤 측이 국내 당국에 내야했던 원천징수 세금을 제하지 않은 사용료를 비아콤 측에 지급했다. 예를 들어 계약 상대방이 VGN이든 VIH든 무관하게 같은 콘텐츠에 대해 CJ E&M이 지급하는 사용료 총액은 100억원으로 같다. 하지만 계약상대방의 소재국이 바뀐다는 이유로 한국정부가 수취하는 세금은 15억원에서 0원으로 줄어들 수 있게 됐다.
이에 과세당국은 VIH가 단지 조세회피 목적의 도관회사(돈의 흐름만을 위해 설립된 회사, Conduit Company)에 불과해 한국·헝가리 조세조약이 적용될 수 없다고 봤다. 또 VIH지분을 전부 보유한 VGN이 해당 사용료의 실질적인 '수익적 소유자'이며 VGN이 소재한 네덜란드와 한국정부간 체결한 조세조약을 근거로 CJ E&M에 법인세 원천징수 의무가 있다며 해당 법인세와 가산세를 부과했다.
재판부는 △VIH가 2011~12년에 세후순이익의 71~86%에 달하는 금액을 100% 지분을 가진 모회사인 VGN에 지급했다는 점 △VIH가 영화배포 계획에 관해 VGN와 협의해야 하는 데다 타이틀 변경 등의 경우에도 VGN의 사전 서면승인을 받아야 했다는 점 △VGN이 VIH의 영화에 관련한 모든 회계장부·기록을 열람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VIH의 실체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VGN은 유독 VIH에 한국 일본 이스라엘 이탈리아 헝가리 등 5개 국가에 대한 영화배포권만 양도했다"며 "이는 위 5개 국가에서는 헝가리와 해당국가간 조세조약상 영화 등 사용료 소득에 대한 원천세를 면제받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은 국내기업과 거래하는 다국적기업이 국내당국에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는지 확인할 의무를 국내기업에 부과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조세분쟁 관련 전문 로펌의 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CJ E&M은 VIH이든 VGN이든 비아콤 측에 지급한 사용료에서 국내 과세당국에 지급해야할 세금을 돌려받기 위한 협상을 추가로 벌여야 할 것"이라며 "외국 상대방이 국내에 세금을 내야할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국내기업의 주의의무를 강조한 판결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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