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
"법무부에 자료제출 요청했는데 전혀 제출 안하고 이해가 안 가는 면이 많다. 예를 들면 대검, 중앙지검 등 검사실 배치표를 달라고 하니까 '검사임무수행에 지장을 줄 우려, 사생활 자유를 침해할 우려'라고 답이 왔다. 변호사 사무실가면 다 걸려 있고 대검 홈페이지 징검다리(검사출신 변호사들 열람가능한 인트라넷) 가면 다 있는데 무슨 말씀이신지...(이해가 안간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 무슨일 했냐(고 자료요청 하니) '진행중인 수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전국 검사배치표 달라니까 전부 다 익명처리해서 주고 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27개 꼭지 자료요청했는데 12개만 회신했고 그것들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오늘 업무보고를 하는데 토·일요일에 늦게 자료를 준다. 자료제출에 응하려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안 줄까 그렇게 하려는 것 같다. 공개자료에 가까운 것도 못 준다고 하는데 납득이 안 된다"
◇법사위 野초선들, 법무부 자료부실 질타
그에게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행정부가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하는 현실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역시 검사출신 초선인 같은 당 백혜련 의원도 오후에 한마디 보탰다.
"아까 장관께서 검사배치표에 대해 수사에 영향을 미칠수 있고 개인정보 관련 자료라 제출을 못한다고 했는데 검사배치표는 매달 바뀔때마다 변호사회 사이트와 퇴직검사 모임 징검다리 사이트에 게시되는 것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현웅 장관은 "징검다리는 공개된 사이트가 아니다"라며 공개자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에 백 의원은 다시 "징검다리 사이트가 퇴직 검사들은 다 볼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리고 변호사회(변협·지방변호사회) 사이트에 다 뜨고 제공된다. 국회가 변호사회나 징검다리보다 못한 존재냐"고 질타했다.
결국 김 장관은 " 그 부분에 대해선 제출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검토해 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백 의원은 "검사배치표가 어떻게 개인정보냐"며 재차 법무부의 '비밀주의'에 불만을 표했다.
초선들이 법무부의 부실한 자료제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서 일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행정부는 국회에 성실하게 자료를 내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20대 국회에 들어온 그들이 처음 목도했기 때문이다.
물론 초선들만 불만을 내비친 건 아니다. 3선인 같은 당 이춘석 의원도 이날 법사위원들에게 배포된 '업무현황' 책자에 대해 지적했다.
이 의원은 "업무현황 보고가 너무 부실하다. 18·19대에도 (업무현황에 기재된)주요사건 내용이 부실하긴 했지만 주요사건들에 대해서 수사 및 기소경과는 적시해서 보고했는데 최근 법조비리나 어버이연합, 롯데·대우조선 사건 등에 대해선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데도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안 중에선 가습기사건 하나만 현황에 들어 있다. 20대 국회 첫 업무보고인데 당연히 받아야 할 업무보고를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앞으로 주요 현안 사건에 대해 제대로 보고해달라"고 요구했다.
◇행정부 부실한 자료제출 일상화 된 국회
행정부처의 국회에 대한 자료제출이 부실하다는 불만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어느 상임위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특히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국세청 등 소위 권력기관들은 유독 자료를 내놓지 않는다. '갑(甲)질'하던 기관 특성상 국회에 자료를 순순히 내놓는 걸 어색하게 여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최근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
상임위 회의가 시작되면 각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으로 자료제출요구를 재차 강조해야하는 형편이다. 보좌진이 정당한 권리로 요구한 자료가 부실 제출되기 일쑤기 때문이다. 의원 본인이 직접 해당 부처 장관에게 상임위 회의장에서 구두로 자료요구를 구체적으로 반복해야 장관이 그때서야 마지못해 제출하겠다고 약속하는 게 관례처럼 돼 버렸다. '비정상'이다. 여기야말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는 소위 '비정상의 정상화'가 절실하다.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자료요구권'은 헌법과 국회법 등에 규정돼 있고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정부를 감시할 수 있는 얼마 안되는 수단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자료요구'가 번번히 행정부 실무자들 혹은 부처장에 의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
◇공무원의 국회 자료요구 '뭉개기'는 국민에겐 도움 안 돼
물론 공무원들도 반론이 있다. 국회의 무리한 요구로 업무에 차질을 빚는다는 항변이다. 법사위 여당간사인 김진태 의원도 이날 "업무보고가 현재 수사에 관여할 목적으로 활용돼선 안 된다"며 "수사진행중인 사건은 국회에서 질의하고 할 때는 지켜야될 점도 있다"며 우회적으로 법무부에 대한 자료요구도 선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그런데 국회 주변을 몇년 간 지켜본 바에 의하면 의원의 무리한 자료요구로 행정부가 업무에 차질을 빚는 사례보다는 행정부의 부실한 제출과 국회 자료요구에 대한 '뭉개기'가 더 국민에게 해로워 보인다.
게다가 최근엔 의원실 보좌진과 공무원간에 자료제출을 둘러 싼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 공무원노조가 나서 직접 해당 의원을 '갑(甲)질'한다며 비판한다. 여기에 더해 오히려 언론이나 여론을 선동해 의원의 자료요구를 '부당한 행위'로 몰아가 굴복시키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행정부 공무원이 일방적 '을(乙)'도 아닌 실정이다.
이렇게 국회에 불리한 상황이 지속되면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국회 본연의 목적도 달성하기 힘들어진다.
◇'정치 혐오'에 터 잡은 국회 '권위' 깎아내리기…국민에게 유리할까?
특히 행정부가 국회의 정당한 자료제출 요구에 대한 '무시' 혹은 '뭉개기'가 일상화 된 데에는 '국회 혐오' 혹은 '정치 혐오'도 한 몫 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일상적으로 질타받는 '국회'의 권위가 날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국회의 통제권 대상인 행정부 관료·공무원들조차 국회를 우습게 보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과연 국민들에게 좋은 건지는 현명한 국민들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권위'적이고 '갑질'하는 국회의원은 없어져야 겠지만 국회의 '권위'는 꼭 필요하고 지켜져야 한다. 국민의 '대표'가 '권위'마저 서지 않아 행정부 공무원들에게 무시당한다면 그것은 바로 '행정 독재'로 치닫는 길이다.
군사독재시절 의원들은 안보·수사기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국민의 대표라는 의원보단 행정 권력이 힘이 셌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회가 밉고 의원들 하는 짓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더라도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다. 스스로 뽑은 대표자가 힘이 없다면 국민이 힘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행정부 공무원들도 국민이다. 본인들도 스스로 표를 던져 지난 4월 각 국회의원을 선출한 유권자였다는 점을 생각해봐주길 바란다. 아울러 초선의원들이 '결기'를 잃지 말고 행정부에 대한 견제·감시 임무에 더 철저하게 임해주길 기대한다. 이제까지 자료제출 부실이 관례처럼 돼 버린 국회라면 그것을 고치고 깰 힘은 '초선'에게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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