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선 서울북부지법원장은 1986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시작해 사법연수원 교수, 대법원 재판연구관, 광주고법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지난해 민일영 전 대법관 후임으로 대법관 후보에 오른 바 있다.

'횡령'혐의 SK그룹 최태원 회장 형제에 실형 선고

문 지법원장은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SK그룹 최태원 회장 형제에게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던 2013년 당시 그는 항소심 사건을 맡아 "최태원 SK 회장이 선지급을 지시해 펀드를 조성한 것과 해당 펀드가 전략적 펀드가 아니라는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최재원 부회장이 검찰 수사와 1심 재판에서 범행을 자백한 것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 부회장이 검찰을 찾아가 'SK계열사 펀드 출자금 중 450억원을 불법송금하도록 지시한 것이 자신'이라고 자백을 했다가 번복한 것을 지적하며 "아무 잘못이 없다면 법무팀 조력을 받아 공식적으로 무죄라고 하면 되지 무죄인 최재원이 무죄인 최태원을 보호하려고 허위자백을 했다니 웬말이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 형제는 2014년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저축은행에 불법 정치자금 받은 이상득 전 의원 실형 선고

그는 저축은행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징역 1년2개월,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이 전 의원에게 징역 2년, 정 전 의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1심보다 감형한 판결이다.

이에 앞서 이들은 보석을 신청했지만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고, 특히 이상득 피고인은 불구속 재판으로 진행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고 볼만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거절했다.

울산·오창 보도연맹 집단 살해 사건…국가가 배상해야

1950년 발생한 국민보도연맹 사건 중 '오창 창고 사건'과 '울산 국민보도 연맹 사건'의 희생자와 유족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문 지법원장은 2012년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오창사건에 대해 유족이 낸 소송에서 1심 법원은 '소멸시효가 지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보도연맹 사건은 한국전쟁 시기 국가가 오창과 울산 지역의 보도연맹원들을 집단 살해한 사건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 진상 조사 결과 세간에 드러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시 중 경찰이나 군인이 저지른 위법 행위는 외부에서 알기 어렵고 국가기관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면 그 구제는 통상 법 절차에 의해 달성하기 어려워 진실 규명이 있었던 2007년까지는 유족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제와서 소멸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낙지 살인사건' 무죄 선고…"증거 부족하다"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던 2013년 문 지법원장은 여자친구를 살해한 후 낙지를 먹다 질식사 한 것처럼 꾸며 사망보험금 2억원을 타낸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일명 '낙지 살인사건' 항소심에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절도 혐의 등은 일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망한 여성이) 저항이 불가능할 정도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는 이상 코와 입을 막아 질식하게 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김씨의 진술처럼 낙지를 먹다 질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살인죄도 직접증거가 없을 때는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지만, 간접증거로 인정되는 사실들 사이에 모순이 없고 그렇게 추론한 방법이 오류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