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지난 1월21일 새만금신공항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행정법원이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이 위법하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공항 건설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 7부(수석부장판사 이주영)는 11일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 사업의 추진을 반대하는 군산 및 전국 각지 거주 시민들 1297명이 공항 개발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권한을 가진 행정청을 상대로 사업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1294명에 대해서는 각하,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승소 판결을 내렸다.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부지는 현재 법정보호종과 조류 등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염습지 상태이며 주변 서천갯벌은 습지보호지역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있다.

법원은 관련 부지의 조류 충돌 위험과 관련해 "타당성 평가를 거치면서 후보지들의 조류 충돌 위험을 평가하지 않았고 전략 환경 영향 평가 단계에서 위험 정도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며 "새만금 국제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는 다른 공항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또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을 계획하며 해당 부지와 서천갯벌에 서식하는 법정보호종 조류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이 경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 받은 채 추진되고 있다"며 "사업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사업으로 인해 침해될 공익·사익보다 상당한 우위에 있어야만 그 추진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인 지역 균형발전이 침해될 공익보다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계획은 계획재량을 일탈한 것으로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소송을 낸 원고 중 1294명에 대해선 새만금 공항이 건설되더라도 이로 인해 법률상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환경상 이익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면서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는 '각하' 판결을 내렸다. 각하란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그냥 돌려보내는 것을 말한다.

반면 나머지 원고 3명은 소송을 낼 자격이 있다고 인정하며 승소 판결을 했다. 원고로 인정된 3명은 문제가 된 계획에 따라 새만금 공항의 활주로가 확장되면 관련 법률에서 정한 허용되는 소음보다 더 큰 소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관련 환경상 이익이 침해당하거나 당할 우려가 있는 지역 사람들이다.

한편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은 새만금 지역 340만㎡ 부지에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등을 짓는 사업이다. 오는 2028년까지 건설을 완료하고 2029년에 개항해 제주 등 국내선뿐 아니라 일본, 중국, 동남아에 이르는 국제선까지 운항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소송에 참여한 국민소송인단은 2022년 9월 생태계 파괴 등을 주장하며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