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키맨' 이기훈씨가 목포에서 체포돼 11일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으로 호송되어 오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사진=권창회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1호 수사대상인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핵심 인물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 겸 웰바이오텍 회장이 도주한 지 약 2개월 만에 체포되면서 지지부진했던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주가조작에 윗선 혹은 정권 차원의 관여가 있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전날 전남 목포 한 은신처에서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체포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월17일 예정됐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한 뒤 55일 동안 도피 생활을 하고 있었다.

특검팀은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를 구속기소했지만 이 부회장의 신병확보에는 실패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이 부회장은 삼부토건 현 경영진이 옛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사건의 흐름을 꿰뚫는 '키맨'으로 꼽힌다. 그는 삼부토건 임원진들에게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 참석을 제안하는 등 주가조작을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이 부회장의 진술과 포렌식 결과가 더해지면 누가·언제·무엇을 지시했는지 구체적인 주가조작 공모 구조가 드러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특검팀 조사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도주 경로와 경위 등을 진술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대질신문과 플리바게닝 등 여러 수사 기법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김 여사 연계성을 밝히려면 피의자들의 진술이 필수"라며 "수사팀은 개정 자본시장법에 도입된 '사법 협조자 형벌감면제도'를 제시해 형량을 낮춰 주는 대신 스모킹건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작정하고 도주한 만큼 유의미한 진술을 얻어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한 언론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도주 직전 지인들에게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관여한 것이 없어 억울하고 특검 수사가 편파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기소된 경영진들은 지난달 26일 열린 첫 공판에서 주식 매각으로 챙긴 부당 이득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부회장으로부터 의미있는 진술이 나온다면 수사가 사건의 배후 또는 관련자들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삼부토건의 주가는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포럼에 참석한다는 호재로 급등했다. 특검팀은 원 전 장관과 삼부토건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인물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김 여사 관련 인사들과 연결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삼부토건의 주가가 급등하기 직전 해병대 예비역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삼부 내일 체크"라고 언급했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의 주식계좌를 관리한 인물이다.

삼부토건 경영진들은 2023년 5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하는 것처럼 현지 지자체 등과 허위 MOU를 반복적으로 체결하고 이를 홍보해 투자자들을 기망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통해 1000원대이던 삼부토건 주가를 불과 두 달 만에 5500원까지 폭등시킨 뒤 보유 주식을 팔아 369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것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