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22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사진=뉴스1

'소송 사기'를 통해 200억원대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70)이 23일 구속됐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전·현직 사장급 임원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기 전 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 2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기 전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 전 사장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롯데케미칼 전신인 KP케미칼 사장으로 재직했고 퇴직한 이후부터 2010년까지는 롯데물산 사장을 지냈다.

검찰에 따르면 기 전 사장은 허위 회계자료로 법원과 국세청을 속여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케미칼이 총 253억원의 세금을 환급받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 법인세는 207억원으로 파악됐다.

롯데케미칼은 행정소송을 통해 270억원 상당의 세금을 부당하게 돌려받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검찰은 기 전 사장의 재직 기간을 고려해 이 중 253억원에 대한 책임만 묻기로 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기 전 사장을 상대로 19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그는 조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 "보고 받은 사실이 없다"며 줄곧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롯데케미칼 재무이사 김모씨(구속기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기 전 사장의 지시로 이뤄진 일"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의 경영비리 전반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 사건과 별개로 롯데케미칼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의 비자금 저수지로 지목하고 일본 사법당국에 공조를 요청한 상태다.

또한 검찰은 롯데 경영비리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서 불거진 정관계 로비 의혹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롯데물산을 이끌었던 기 전 사장도 이 사건 수사선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