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 넥슨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진경준 검사장과 자살한 김홍영 검사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김대현 부장검사에 대한 검찰의 '해임'청구가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사징계법상 '해임'은 자체징계로는 최고 수준이다.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해 '파면'을 어렵게 해 놓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검찰청법상 검사는 국회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파면이 가능하다.
진 검사장의 경우 특히 뇌물 수수행위의 정도가 심각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왔기 때문에 '파면'사례로 남길만 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 자체 징계가 해임으로 결정되기 전에 국회에서 첫 검사탄핵사례로 검토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진경준 '첫' 파면으로 검찰에 경종 울려야"
더불어민주당 민주주의 회복TF 팀장이자 법사위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통화에서 "검사징계법상 파면 안 하는 건 법관에 가깝게 신분보장 하는 건데 진 검사장의 경우 워낙 오래되고 구조적이고 규모가 큰 현직 검사장에 의한 비리기 때문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회 탄핵에 의한 파면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같은 취지의 글을 지난달 29일 SNS에 올리기도 했다.
현재까지 검사가 파면을 당한 적은 없다. 국회에 의한 탄핵도 없었고 비리가 밝혀진 검사의 경우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되기 전에 검찰에서 미리 해임했기 때문이다.
이에 진 검사장 케이스를 해임으로 끝내선 안 되고 '파면'을 위해 이후 재판절차를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송옥주 더민주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검찰은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야 파면 가능하다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 기간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어쭙잖은 변명"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고의 징계를 해야 한다. 그 기간 받을 월급은 문제고 퇴직금이나 연금은 문제없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 대변인 지적대로 검찰은 "빠른 '해임'이 늦은 ' 파면'보다 낫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월급'만 놓고 봤을 때일 뿐이다. 퇴직금·연금을 고려하면 늦더라도 파면을 하는 게 진 검사장에게 더 큰 불이익으로 돌아간다. 해임시 퇴직금·연금은 4분의 1만 감액되지만 파면당하면 본인이 퇴직연금용으로 불입한 금액만 돌려받고 연금혜택은 사라진다.
이런 점 때문에 검찰의 '해임'은 형식적으론 최고 수준 징계지만 '파면'을 피한 것이나 마찬가지란 지적이 나온다. 서둘러 '해임'징계를 결정하면 검찰은 조직보호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진 검사장에겐 덜한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 식구 감싸기의 또 다른 형태로 볼 수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영미 변호사(법무법인 태승)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해임이 최고 수준의 징계지만, 검사직의 사법정의구현에 대한 전국민적 신뢰를 배반한 진경준 검사장에게 검찰은 다소 이른 '해임'결정을 함으로써 검찰의 신뢰도를 오히려 하락시킨 것은 아닐지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 개업도 해임은 3년 뒤엔 '가능'…파면되면 5년간 금지
변호사 개업금지 기간도 해임이 파면보다 짧다. 김운용 변호사(법무법인 나루)는 "검사 징계는 관보에 기재되고 해임의 경우 3년간 변호사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회에 의한 탄핵이나 파면처분을 받은 검사는 5년이 지나야 한다.
결국 진 검사장은 검찰 해임결정으로 퇴직금·연금 4분의 1 감액과 3년간의 변호사 개업금지가 예상되지만, 만약 국회 탄핵이나 파면이 이뤄졌다면 연금도 못 받고 5년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었다.
해임된 후 3년이 지나 지방변호사회를 거쳐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을 신청할 경우 대체로 변호사 개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변협과 지방변호사회가 전과 달리 비위로 징계를 받은 판·검사에 대한 변호사 등록을 거부하거나 늦추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3년뒤 진경준·김대현 검사의 등록신청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변협은 공무원 재직중 위법행위로 징계를 받거나 퇴직한 자에 대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면 변호사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물론 변협이 끝까지 등록을 거부한 사례는 많지 않다. 2000년 이후 단 2건에 불과했고 그중 하나가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 대한 등록거부다. 이 전 부장판사에 대한 등록거부는 소송까지 갈 정도로 논란이 큰 사례였다.
최근 변협은 비리나 징계로 퇴직한 판·검사의 개업을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변호사등록심사위원회 결정을 거쳐 이뤄지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3년 후 변협 집행부 성격과 등록심사위원회 구성에 따라 진경준·김대현 검사의 변호사 등록신청 결과가 달라 질 수도 있다. 변협은 2년마다 직선제를 통해 집행부를 교체하고 있다. 협회장이 바뀔때마다 협회 성격이나 전관의 변호사등록관련 행정처리 방향에도 큰 변화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경준, 형사처벌 불가피-김대현, 고소없으면 수사재판 어려워
한편 검찰의 해임결정이 임박한 진경준 검사장은 향후 재판·수사과정에서 형사처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진 검사장은 이미 구속기소된 상태에 있다. 법조계에선 진 검사장의 경우 뇌물 액수와 행위 정도가 유사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죄질이 나쁘기 때문에 실형에 해당하는 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김 부장검사는 김홍영 검사 유가족측에서 형사고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부장검사에 대해선 해임징계외에 폭행사건에 대한 별도 수사는 하지 않을 계획임을 이미 밝혔다. 따라서 유가족의 고소가 없으면 추가 수사는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