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규(사진) 변호사는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인터넷에서 판타지·무협 소설을 연재하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됐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다. 대학생 때 교내 문학회 활동을 하며 취미로 연재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작가로의 꿈을 키워가던 중 저작권 관련 분쟁에 휘말렸다.

강 변호사는 "군 입대 전 출간한 작품이 출판사가 문을 닫으면서 이후 저작권을 두고 문제가 생겼다"고 회고했다. 이를 시작으로 강 변호사는 저작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로스쿨에 진학했다. 지금은 저작권을 전문분야로 하는 변호사가 돼 EBS에 입사해 저작권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강 변호사의 정체성은 변호사보다 작가에 더 가깝다. 그는 "글을 쓰고 책을 내 문학상을 받는 변호사도 있다"며 "그러나 나처럼 판타지, 무협 소설 작가는 없을 것"이라고 웃었다. 그는 앞으로 로스쿨 학생들을 소재로 한 작품도 출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필명은 '기신'. 기록할 기(記)에 믿을 신(信)이라고 한다. 믿을 수 있는 기록을 쓴다는 뜻으로 만들었다고. 현재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바쁜 탓에 연재 빈도는 한 달에 한 두 번정도다. 글이 잘 안 써질 땐 역사서에서 소재를 구하기도 한다.

강 변호사는 "저작권 분쟁이 생겼을 때 잘 조율해 합의·조정으로 끝냈을 때가 가장 보람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창작물은 처음부터 자기가 완전히 창작했다고 보기 힘들고 기존에 있던 것들에 자신만의 생각을 덧붙여 만드는 것"이라며 "명백한 표절·도용이 아니라면 서로 합의해 조율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우리나라 저작권 업계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강 변호사는 "우리 저작권 시장은 정착이 안 된 상태에서 급변하는 중"이라며 "저작권 업계와 정부가 잘 논의해 저작권 시장을 잘 확립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도 들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은 돈을 주고 창작물을 사는 저작권 시장이 완전히 정착됐고 최근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공유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공짜로 들을 수 있지만 광고수익은 저작자에게 돌려주거나 하는 방식을 업체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콘텐츠 업계는 해외시장 진출과 저작권을 활용한 2차 콘텐츠 사업이 활로가 될 것이라며 웹소설의 지적재산권(IPR)을 중국에서 게임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자신이 판타지와 무협 소설을 다루고 있는 만큼 드라마 보다는 게임쪽이 맞다고 했다.

그럼 왜 하필 중국일까. 강 변호사는 "중국 모바일게임 가운데 노구문(老九門)이란 게임이 있는데 유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이라며 "중국에서는 웹소설로 게임·드라마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꽤 성적이 좋다"고 소개했다. 그는 향후 2~3년 내에 우리나라의 웹소설이 중국에서 게임·드라마로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플랫폼'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미생이라는 웹툰이 성공한데는 이미 연재됐던 플랫폼이 큰 도움이 됐다"며 "웹툰 작가가 자기 홈페이지에만 연재하면 독자들이 보지 않기 때문에 결국 플랫폼을 통해 독자들을 유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웹소설 업계에도 플랫폼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정규 변호사는 '기신'이라는 필명으로 서울마도전, 천룡회, 여우 도시로 나오다 등의 소설을 집필한 판타지, 무협 전문 웹소설 작가다. 1983년에 태어나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변호사 시험 2회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지금은 EBS의 조직법무부에서 저작권 침해나 이용허락, 상표권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