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자격이 없이 부동산 중개 영업을 한 혐의로 고발당한 공승배 트러스트부동산 대표(45)가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나상용)의 심리로 26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공 대표 측은 "중개행위를 한 것은 맞지만 영업으로 한 것이 아니다"며 "공인중개사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공 대표의 변호인은 "중개업무에 대해 대가를 받거나 대가 지급을 의도한 사실이 없다"며 "매수·매도인에게서 각각 받은 99만원은 법률자문 명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개영업을 하지 않았으므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부동산 임차 정보를 올린 것이 공인중개사법상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트러스트부동산'이라는 상호가 공인중개사법상 유사명칭 사용 금지 규정에 위배된다는 부분에 대해 "'부동산'이라는 용어를 썼다고 해서 부동산 중개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공 대표 측은 앞서 "이 사건에서 다투게 될 법리가 복잡하지 않은 만큼 국민의 시각으로 판단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또 "무죄가 선고될 경우 이 사건의 고발인과 진정인인 공인중개사들이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국민참여재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임에 따라 오는 11월7일 열리는 첫 공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다.

한편 이날 법정은 재판을 보러 온 공인중개사협회 소속 중개사들로 가득 찼다. 공 대표 측이 공소사실에 대한 혐의를 부인하자 재판을 지켜보던 이들은 "말도 안 된다"며 술렁였다.

현직 변호사인 공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부동산 매물을 홈페이지에 광고하고 거래를 중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공 대표가 관할구청에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않은 점도 위법 사항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공 대표가 사용한 '트러스트부동산'이라는 상호가 공인중개사법에 저촉된다고 보고 있다. 공인중개사법 18조 2항은 개인공인중개사가 아닐 경우 '공인중개사 사무소', '부동산 중개' 등 유사명칭을 쓰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트러스트부동산은 변호사들의 부동산 중개·법률자문 서비스다. 이 업체는 부동산 거래 가격과 상관없이 45만~99만원을 수수료로 받겠다며 지난 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공인중개사 단체인 '민주공인중개사모임'은 공 대표를 고발했다. 이들은 공 대표가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하고 변칙적인 방식으로 트러스트부동산을 운영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