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사진=뉴시스

고 채수근 해병 순직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육군 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직무배제를 요구했다.

채 해병 특검팀의 정민영 특검보는 5일 오전 언론 브리핑에서 "채 해병 순직 사건에 대한 국방부 재조사 당시 국방부 장관의 군사보좌관이었던 박 전 보좌관을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모해위증이다.

정 특검보는 "박 전 보좌관은 특검에 참고인 조사를 두 차례 받았는데 그간 수사 진행결과를 종합할 때 피의자 조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다음주부터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사할 내용이 많아서 여러 차례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박 전 보좌관이 최근까지 육군 56보병사단장으로 재직했단 점에서 특검 수사를 방해하거나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국방부에 직무배제를 요구했다. 박 전 보좌관의 하급자들이 특검의 참고인으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영향을 줄 수 있단 이유에서다.

정 특검보는 "특검법 제2조 2항에 따라 지난 3일 박 전 보좌관에 대한 직무배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특검법 제2조 2항에 따르면 수사 대상이 되는 공직자는 직무수행이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직무수행을 회피해야 한다. 특검팀의 요구에 따라 박 전 보좌관은 직무에서 배제됐다.

박 전 보좌관은 2023년 7월 채 해병 사망 사건 발생 당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군사보좌관으로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 군 핵심 수뇌부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수사 외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박 전 보좌관은 또 지난해 9월3일 박 대령 항명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전 장관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고 언급한 사실이 있는지' 재판부가 묻자 '장관이 그렇게 얘기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고 답하는 등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박 전 보좌관은 채 해병 사건 경찰 이첩 보류 결정은 대통령의 지시가 아닌 국방부 내부 의사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한편 이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이 채 해병 사건 수사를 피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한 특검팀 수사도 진행 중이다. 정 특검보는 "이 전 장관 호주대사 관련 회의들 가운데 방산 협력 공관장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조사는 이번주에 마무리될 것"이라며 "그 윗선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는 다음주부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검팀은 지난 3일부터 방산 협력 공관장 회의에 참석했던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와 임훈민 주폴란드 대사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3월10일 호주로 출국했다 11일 만에 귀국했는데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의 귀국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방산 협력 공관장 회의를 급조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전 장관 범인 도피 의혹은 지난해 3월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무부와 외교부 등을 통해 이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해 범인 도피 시켰다는 것이다. 당시 이 전 장관은 채 해병 순직 사건 관련 수사외압 의혹 등 직권남용 혐의 주요 피의자로 출국이 금지된 상태였음에도 인사 검증 및 적격 심사 절차에서 아무 문제 없이 호주대사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