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서울 이마트 왕십리점 고객만족센터에 환불조치 후 회수된 아모레퍼시픽의 치약들이 카트에 가득 쌓여 있다./사진=뉴스1

아모레퍼시픽의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포함된 치약과 관련, 문제가 된 '메디안 치약' 등을 수년간 썼던 소비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3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에 나선 사실이 알려졌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소비자 정모씨 등 315명은 오후 2시 아모레퍼시픽과 원료공급사 미원상사를 상대로 1인당 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의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은 "아모레퍼시픽은 생산되는 치약에 보존제로 사용이 허가되지 않은 CMIT·MIT이 함유되어 있음을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위 성분이 함유된 치약을 생산, 판매해왔다"고 주장하며 또 "아모레퍼시픽이 원료를 공급받은 미원상사는 CMIT/MIT가 함유된 12개의 제품을 치약, 구강청결제, 화장품, 샴푸 등의 용도로 제작해 국내외 30개 업체에 연간 3000톤 가량을 납품해 왔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강용석 법무법인 넥스트로 변호사는 "아모레퍼시픽은 치약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CMIT·MIT가 들어있는 것을 명백히 알고도 계속 판매해 왔다"며 "메디안치약의 시장점유율이 20%, 송염치약이 5%가량인 것으로 보아 전 국민의 4분의 1이 잠재적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어 강 변호사는 "소송 과정에서 식약처에 대한 사실조회와 신체감정 등을 통해 구체적 피해를 입증해 배상 청구액을 높일 것"이라며 "2·3차 손해배상 소송도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5일에는 치약 소비자 14명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손문기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을 약사법 위반과 형법상 직무유기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국민들이 이번 치약 사건으로 얼마나 분노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소송 전망에 대해 법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승소 가능성이나 실제 손해배상으로 이어질 것에 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박대영 변호사(법무법인 이현)은 "치약 사용으로 인한 신체의 손해를 입증하기 힘들다"며 "정신적 피해로 위자료 청구는 인정될 지도 모르겠지만 그 이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은 입자 형태로 호흡기에 들어갈 때 우리 몸에 치명적이지만 외국에서도 치약계면활성제 정도로는 사용하고 있다"며 "해당 소송에서 승소한다 하더라도 손해 배상 청구가 얼마나 인정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현율)은 "법리적으로 불가능한 소송은 아니지만 승소까지는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이 많아서 어려울 수 있다"면서 "현재까지 알려진 인과관계 있는 피해 자체는 없어 적극적 손해를 인정해 손해 배상을 받는 것은 어렵다"고 봤다.

정 변호사는 이어 "소비자들이 승소하려면 그 건강상 위해에 관한 입증을 원고들인 개인이 직접 해야 한다"면서 "대기업이 외국사례나 외국논문 등 관련 연구기관의 방대한 자료들을 제출할 텐데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