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체코 공식 방문을 위해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사진=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오는 6일 김건희 여사의 소환 조사를 앞두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핵심 의혹들에 대한 증거를 대폭 보강하며 막바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김 여사를 상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통일교-건진법사 청탁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소환에 앞서 사건 핵심 인물들을 잇달아 불러 증언을 확보하며 막바지 증거 보강에 주력하고 있다.

특검은 이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권 전 회장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았다. 그는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통정 거래 방식 등으로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김 여사의 주식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검은 최근 이 전 대표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5일로 예정돼 있다. 특검은 지난달 19일 이 전 대표의 주거지와 차량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같은 달 21·22·30일 세 차례에 걸쳐 이 전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이 전 대표는 주가조작 사건의 주포인 이정필씨를 상대로 부당한 청탁 거래를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이 전 대표가 이씨에게 '김 여사가 재판을 챙겨보고 있다', '집행유예를 받게 해주겠다' 등을 말하며 2022년 6월~2023년 2월 이씨로부터 25차례에 걸쳐 약 8690만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시기인 2010년 10월~2012년 12월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했다. 이씨는 1차 시기인 2009년 12월~2010년 10월 주가조작을 총괄 기획한 인물로 실형이 선고됐다.

특검은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보강하고 있다. 이 의혹은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총 68건의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대가로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받는 데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특검은 이와 관련 전날 윤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은 윤 의원을 상대로 선거 당시 그가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반대한 이유, 윤 전 대통령이나 김 여사로부터 공천과 관련한 부탁을 받은 적이 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오는 4일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도 소환해 조사한다. 김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1월 15일 구속됐다가 지난 4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특검은 김 전 의원을 상대로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 등에게 직접 공천 청탁을 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 조사에 출석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윤 전 대통령과 장제원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이러한 정황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명태균 씨도 이틀 연속 소환해 조사했다.

특검은 통일교-건진법사 청탁 의혹과 관련해서도 핵심 증거를 확보했다. 통일교 측이 현안을 해결해 달라는 청탁 목적으로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수천만원대의 명품 목걸이와 가방을 건넸다는 의혹이다. 특검은 이 청탁을 주도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최근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작성한 장부 성격의 수첩을 입수했다.

수첩에는 2022년 11월 말 서울 시내 한 최고급 호텔의 중식당에서 윤 전 본부장과 전성배씨가 식사하던 중, 전씨가 김 여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통일교의 현안인 YTN 인수와 캄보디아 개발 사업 등을 청탁했고 윤 전 본부장이 이를 곁에서 지켜봤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에도 "통일교 측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내용을 명시하며 관련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오는 6일 김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 김 여사는 최근 변호인을 선임하며 본격적으로 소환 조사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특검의 거듭된 출석 요구를 더 이상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여사 측은 정해진 소환일에 출석해 성실히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검이 수사 중인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집사 게이트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 다른 사건들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주가조작 설계자로 지목된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은 도주해 3주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집사'라는 별명이 붙은 김모씨는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 사건에서는 김 여사와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1차 소환조사에서 해당 의혹들이 다뤄지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특검은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한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조만간 영장을 다시 집행해 조사할 계획이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지난 1일 특검이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시도하자 속옷 차림으로 독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강하게 저항했다. 이로 인해 당시 영장 집행은 무산됐다. 특검은 영장 유효기간(7일) 내에 필요하면 물리력 행사까지 동원해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