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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전경 / 사진제공=뉴스1 |
"국민연금법이 … 고도의 공익성을 고려해 특별히 강제징수 규정을 둔 것이다. 강제가입과 연금보험료의 강제징수를 전제로 한 국민연금 제도는 …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으나 … 제도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개인적 사익보다 월등히 크다."
2001년 2월에 나온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판결문의 요지다. 1988년 국민연금이 시행된지 11년만인 1999년에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연금보험료를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은 청구인들은 '강제가입주의'를 택하고 있는 국민연금제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들은 국민연금제도의 강제징수 규정이 재산권보장 등을 규정한 헌법에 위반되고 각자 소득과 저축 등에 기반한 인생설계 외에 국민연금이 나서서 소득재분배 효과를 도모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국민연금법이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재판부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청구인들의 모든 청구사항에 대해 기각판정을 내렸다. 이 판결은 국민연금의 강제가입주의, 연금보험료 강제징수 원칙 등을 뒷받침하는 판결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로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뒤흔들 수 있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리증진 기여' '사회적 위험의 대량분산을 통한 구제도모' '사회연대성에 기초한 소득재분배 추구' 등의 목적에 공감해 강제가입과 강제징수 원칙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를 했는데 그 기금이 제대로 된 통제를 받지 않은 채 운용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삼성그룹 승계계획의 핵심절차였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과정에 최순실과 상층부 권력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50여곳에 달하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기업에 대해 주주로서 책임을 물어야 할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하나하나 불거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강제가입주의, 강제징수 원칙의 국민연금에 대한 반발심리를 키울 수 있다. 나라살림의 근간이 되는 조세제도에 대해서도 "세금인 줄 알고 냈는데 알고 보니 복채였더라"는 우스갯소리의 대상이 되는 마당에 각종 의혹들이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까 우려가 제기된다.
자본시장 관계자들도 국민연금에 대한 최근 일련의 의혹에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자금을 위탁운용하는 운용사나 증권사의 경우 수익률 등 자금위탁 기준을 제대로 지켰는지에 대해 혹독한 심사를 받는다"며 "국민들의 미래대비 자금을 위탁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스스로의 자금운용에 대해 얼마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제기된 일련의 의혹을 해소하려면 국민연금 스스로가 주요 의사결정이 얼마나 공평무사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이뤄지는지에 대해 국민연금 납부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한국 자본시장의 최대 '큰손' 투자자로서 자본시장의 성숙한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자본시장의 발전과 국민연금제도는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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