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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미지투데이 |
58만5000여건에 이르는 콘텐츠를 웹하드 사이트를 통해 불법유통시킨 혐의로 기소된 업체와 이 업체 관계자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이 파기환송됐다.
공소사실을 일일이 종이로 인쇄할 경우 수만 페이지에 이르더라도 이를 종이서면이 아니라 CD(콤팩트디스크)에 저장된 전자문서 형태로 제출한 것이 문제가 됐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절차적 엄격성을 지켜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지난 15일 주식회사 드림넷의 이 모 대표와 김 모 이사와 이들의 피고용인 김 모씨에게 각각 징역 6~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인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드림넷에 대한 벌금 3000만원형을 선고한 부분도 함께 파기됐다.
문제가 된 사항은 '공소제기 방식'의 적법성에 대한 부분이었다. 대법원은 1,2심의 판단이 이 절차적 사항에 대한 문제를 간과했다며 원심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들이 제기한 여타의 상고이유에 대해서는 판단을 생략했다.
◇웹하드 통한 콘텐츠 불법유통, 문제된 것은 '공소제기 방식'
이 대표와 김 이사 등은 '멜론디스크' '탑파일' 등 웹하드 사이트를 운영하며 총 58만5000여건의 콘텐츠를 불법유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운영한 회사인 드림넷과 드림넷에 고용돼 직접 콘텐츠를 업로드하거나 회원들을 관리하는 등 업무를 담당한 김 씨도 함께 기소됐다.
2013년 2월에 열린 1심 재판에서 법원은 이 대표와 김 이사, 김씨 등에게 징역 6월~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드림넷에 대해서는 벌금 3000만원형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의 항소에서부터 쟁점이 불거졌다. 이 대표 등은 형사소송법 등 법령을 들며 "검사는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하면서 별지 범죄일람표를 종이문서로 출력할 경우 그 분량이 방대하다는 이유로 CD로 첨부했고 당심(2심)에서 공소장 변경신청을 하면서 이 또한 CD에 의해 수행했다"며 "이는 '공소제기는 서면에 의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공소제기 방식에 위반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2015년 2월에 열린 2심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방어권 보장이나 심판범위 확정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는 한도에서 공소사실의 일부로 CD제출을 허용한다"며 "공판기일에서 CD에 대한 증거조사에 준하는 방법으로 열람하면 족하다고 보이므로 검사가 공소사실 특정을 위해 범죄일람 CD를 제출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밝혔다.
또 "원심(1심) 당심(2심)에서 피고인들은 CD가 첨부된 공소장 부분 및 공소장 변경신청 허가에 따른 CD를 교부받았다"며 "공소제기 및 공소장 변경신청에 있어 범죄일람표가 CD로 제출된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이나 심판범위 확정에 지장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2심 판결 뒤집힌 이유는?
하지만 상고심에서는 2심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이 모두 뒤집혔다. 대법원 2부는 "서면인 공소장의 제출 없이 공소를 제기한 경우는 이를 허용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공소제기에 요구되는 소송법상의 정형을 갖췄다고 할 수 없어 소송행위로서 공소제기가 성립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전자적 형태의 문서가 저장된 저장매체 자체를 공소장에 첨부해 제출한 경우에는 서면인 공소장에 기재된 부분에 한해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라며 "위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적 형태의 문서부분에까지 공소가 제기된 것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이 공소제기에 관해 서면주의와 엄격한 요식행위를 채용한 것은 앞으로 진행될 심판의 대상을 서면에 명확히 기재해 둠으로써 법원의 심판대상을 명백히 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서면인 공소장의 제출은 공소제기라는 소송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본질적 요소"라고 밝혔다.
이어 "전자적 형태의 문서의 양이 방대해 그와 같은 방식의 공소제기를 허용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가 있다거나 피고인과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변론에 응했다고 해서 달리 볼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사가 위와 같은 방식으로 공소를 제기하거나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경우 법원은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적 문서의 문서부분을 고려함이 없이 서면인 공소장이나 공소장변경 신청서에 기재된 부분만을 가지고 공소사실 특정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만일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검사에게 석명을 구해 특정을 요구해야 하고 그럼에도 검사가 이를 특정하지 않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을 두고 대법원이 과도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결국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다시 수만 페이지에 이르는 공소내용을 다시 제출하고 원심법원도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판결을 다시 내리게 될 것"이라며 "피고인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적 엄격성을 지킨다고 하지만 결국 확정판결 기일을 미루면서 피고인들을 더 괴롭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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