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개인

[친절한판례氏] 현행범으로 잡힌 몰카범 '무죄'···왜?

[the L] 경찰이 영장 없이 '임의제출' 받은 스마트폰, 증거능력 없어

편집자주[친절한판례氏]는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과거 판례를 더엘(the L)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지하철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카'(몰래카메라)로 찍다가 현행범으로 붙잡힌 남성이 최근 '무죄' 판결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몰카범을 잡아 증거인 스마트폰을 빼앗은 뒤 경찰에 넘겨줬는데도 재판부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 선고를 내렸습니다.(서울서부지법 2016고단2563)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먼저 어떤 사건인지 처음부터 살펴봅시다. 

유모씨는 지난해 7월 한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스마트폰으로 한 여성의 다리와 엉덩이를 확대해 몰래 동영상 촬영을 했습니다. 유씨는 승강장과 열차 안, 역 계단 등에서 12분 동안 4차례에 걸쳐 계속 여성들을 촬영했고, 주변 사람들이 이를 눈치채고 유씨를 붙잡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유씨의 스마트폰을 빼앗은 뒤 이를 출동한 경찰에 넘기며 "이 사람이 스마트폰에 저장된 걸 지울까봐 우리가 갖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스마트폰에 저장된 영상을 확인하고 유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스마트폰은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했습니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7일 서울서부지방법원(형사4단독)은 증거가 없다며 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빼앗았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문제는 경찰에게 있었습니다. 경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탓이죠.

재판의 쟁점은 건 핵심 증거로 꼽힌 스마트폰의 증거능력이었습니다. 스마튼폰에는 유씨가 촬영한 영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상 압수는 원칙적으로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이뤄져야 합니다. 사람들이 유씨의 스마트폰을 빼앗아 경찰에 제출했다면 이는 영장 없는 압수에 해당하는 것인 만큼 법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따라서 경찰이 별도의 절차를 밟아 유씨의 스마트폰을 압수했어야 하는 겁니다.

형사소송법 제216조는 현행범의 체포 현장에서의 압수는 예외적으로 영장 없이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현행범을 체포한 때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야 하지요.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압수한 물품은 '위법한 증거'가 돼 법원에서 증거로 쓸 수 없게 됩니다. 즉, 경찰은 유씨의 스마트폰을 증거로 쓰기 위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았어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물건을 유씨로부터 '임의제출'받았으니 영장이 필요 없는 것 아니냐고요? 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채 수사를 진행하면서 물품을 돌려준 다음 피의자에게 재차 임의제출을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영장주의의 취지를 훼손하는 편법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18조는 물건의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의 경우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 조항이 규정하는 '임의제출'은 어디까지나 증거물의 소유자가 어떠한 요구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 이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를 규정한 것이지,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피의자의 물건을 압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겠다는 취지가 아닙니다.

법원 역시 수사기관의 임의제출 요구와 관련해 "증거를 돌려준 후 다시 제출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해 임의제출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담당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거둘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해야 하고,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2013도11233)"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증언이 증거가 될 수 있지 않냐고요? 경찰관의 증언은 현장에 출동해 유씨를 현행범 체포한 내용, 그리고 지구대로 연행해 스마트폰을 임의제출받아 압수했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휴대폰이 위법증거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이상 쓸모가 없었습니다.

결국 남은 증거는 유씨의 자백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자백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고, 범죄의 유일한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제310조)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관련조항

제216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강제처분) 
①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200조의2·제200조의3·제201조 또는 제212조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없이 다음 처분을 할 수 있다.
1. 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선차 내에서의 피의자 수사
2. 체포현장에서의 압수, 수색, 검증
②전항 제2호의 규정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의 집행의 경우에 준용한다.
③범행 중 또는 범행직후의 범죄 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법원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없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18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 검사,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310조(불이익한 자백의 증거능력)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



목록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