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사진=뉴시스

피고인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서류상 기록된 다른 주소나 가족 전화번호 등으로 통화를 시도해 피고인의 소재를 파악하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피고인에게 공시송달을 통해 불출석 재판으로 판결을 내린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은 A씨에게 항소 기각 판단을 한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다시 판결하라며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피고인 A씨는 사기 혐의로 2023년 10월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후 항소했고 재판은 대구지법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은 2024년 8월 열렸는데 이때 피고인은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자 같은해 8월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주소지로 소환장을 보냈으나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서에 소재탐지를 촉탁했으나 '소재불명'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같은해 10월 열린 항소심 2차 공판기일에도 A씨가 불출석하자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없이 공판절차를 진행하고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1월 항소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상고했다.

A씨가 항소심 소송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법원에 거주지 변경신고를 하지 않아 소환장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경우 피고인에 대한 공시송달 처리와 그에 따른 판결 선고가 적법한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공시송달이란 소송서류 등을 송달하고자 하는 당사자와 연락이 되지 않을 때 해당 서류를 법원 게시판이나 인터넷에 게시하고 송달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를 말한다.

항소심에서 공시송달을 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주거나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어야 한다. 1심에서 공시송달과의 차이는 송달불능보고서 접수시로부터 6개월을 기다리거나 소재탐지 촉탁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항소심에서 공시송달을 통한 불출석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주거나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고 △적법한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한 소환이 이뤄져야 하며 △피고인이 2회 이상 불출석해야 한다.

대법원은 "기록상 다른 주거지 주소, 피고인 가족 전화번호 등이 나타나 있는 경우 연락해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해 보는 등의 시도를 해 봐야 한다"며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바로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을 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하는 것은 피고인의 권익침해"라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