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사진=뉴스1

내란 방조 등의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 여부를 가를 법원의 심문이 종료됐다. 한 전 총리는 서울구치소에서 심문 결과를 기다린다. 전직 총리가 구속 기로에 놓인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한 전 총리는 27일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약 3시간30분에 걸쳐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한 전 총리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 공문서 작성, 공용서류 손상 혐의 등 6개 혐의를 받는다.

한 전 총리는 심문이 끝나고 법원에서 나가며 취재진으로부터 '오늘 심문에서 어떤 점 위주로 소명했나' '계엄 정당화하기 위해 국무위원들 불렀나' '왜 선포문 안 받았다고 했나' '대선 출마는 수사 피하기 위해서 한 것이냐' '계엄 당일 밤 추경호 의원과 왜 통화했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모두 답변하지 않았다. '국민들에게 할 말 없냐'는 질문에도 사과나 답변은 없었다.

앞서 한 전 총리는 이날 오후 1시18분쯤 법원에 도착해 '왜 선포문 안 받았다고 그동안 거짓말했나' '계엄 당일 밤 추경호 의원과 왜 통화했나' 등 질문을 받았으나 모두 답변하지 않았다. 한 전 총리는 '공직생활 마무리가 구속심사인데 입장 있냐'는 질문 도중에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에서는 김형수 특검보와 김정국 차장검사 외 검사 6명이 심문에 참석했다. 특검팀은 160여 쪽 분량의 PPT 자료를 준비했다. PPT에는 계엄 날 열린 국무회의 CCTV 등 자료가 포함됐다. 특검은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지난 25일 360여쪽에 이르는 구속 필요성과 관련된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만들기 위해 윤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고, 국무위원 전원을 소집하지 않는 등 계엄을 방조하고 도운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헌법 수호의 책무를 보좌하는 제1의 국가기관인 한 전 총리가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을 책무를 어겼다고 판단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사전에 막을 수 있던 최고의 헌법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비상계엄을 방조하고 도리어 정당성 등을 꾸며내길 도왔다는 취지다.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와 국회 등에서 위증한 혐의도 있다. 이외에도 기존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고자,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에 관여하고 이를 폐기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서 계엄 선포문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최근 일부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 전 총리는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한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으면 다음 날 새벽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가 구속될 경우 윤 전 대통령과 같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