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그래픽= 김현정 디자인기자 |
지적 장애가 있는 동급생을 괴롭히고 성희롱하도록 부추긴 학생도 직접 가해 행위를 한 학생과 함께 징계를 받는 것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6부(부장판사 이성용)는 중학교 1학년생인 A군이 소속 학교장을 상대로 "사회봉사 5일이라는 학교폭력 자치위원회 징계 처분 결과를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중학교 1학년생인 A군은 같은 반 동급생인 B군으로부터 "수행평가에서 3명 모둠에 끼워주면 A 등이 해야 할 조사와 과제를 모두 하겠다.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시키는 일을 모두 하겠다"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B는 약속한 과제를 제때 하지 못했고 A는 다른 동급생과 함께 B로 하여금 "여학생에게 장난 고백을 하라"고 요구했다.
B는 옆반에 지적장애를 가진 C양을 지목해 장난 고백을 하기로 했다. 이같은 소식을 알게 된 학생들이 20~30명이 모여 A군 일당과 B군 등과 함께 C양을 둘러쌌다. B군으로 하여금 C양을 끌어안게 하려고 밀고 야유를 하거나 C양을 때리는 일도 일어났다.
이 학교의 학교폭력 자치위원회는 직접 가해 행위를 한 B군에게 7일의 사회봉사를, 그리고 B군의 행위를 부추긴 A군에게 5일의 사회 봉사를 하도록 했다. 추후 위원회는 재심사를 거쳐 B군에게 서면사과와 접촉·협박금지, 특별교육 10시간, 학부모 교육 5시간 등 처분을 추가로 내렸고 A군에게도 사회봉사 5일 외에 B군처럼 추가로 처벌사항이 더해졌다.
이에 A군 측은 "B에게 장난 고백을 하라고 요구했을 뿐 C양을 지목하지도 않았고 C양을 때리거나 괴롭히는 데 가담하지도 않았다"며 "C양을 괴롭히거나 때린 다른 학생들과 같은 수준으로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군의 주장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는 B가 함께 해야 할 모둠 과제를 해오지 못했다는 이유로 여학생에게 장난으로 고백할 것을 요구했고 수십 명의 학생들과 함께 B가 C양에게 장난으로 고백할 것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며 "다른 학생들보다 책임의 정도가 무거우면 무거웠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A군의 강요에 의해 B가 장난 고백의 상대방을 고민하다가 C를 지목하게 된 것"이라며 "A가 B를 C에게 데려가 고백할 것을 강요하는 데 가담한 이상 학교폭력 행위의 심각성이나 고의성이 줄어든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A가 다른 가해 학생들과 함께 C양을 괴롭혀 정신적 피해를 줬으므로 학교폭력에 해당하고 징계 사유와 징계의 필요성이 모두 인정된다"며 "사회봉사 5일 등이라는 이번 사건의 처분이 A의 잘못에 비해 과중하다거나 형평에 어긋나 재량권을 일탈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