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순직 해병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고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에 나섰다.

전 대변인은 5일 오전 9시50분쯤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며 "(특검에) 아는 대로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첫 장관 보고 때 임성근 사단장 언급 없었다는 입장 그대로 유지하는지'를 묻자 "네"라고 답했다. 이어 '박정훈 대령 관련 회의 문건은 지시는 누가 받으신 것이냐'는 물음에 "모르겠다"고 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문건 작성 지시받았냐'는 물음엔 "제가 작성한 게 아니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2023년 7월30일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결과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자리에 배석한 인물이다. 특검팀은 전 대변인을 상대로 다음 날인 2023년 7월31일 이른바 'VIP 격노설'이 제기된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이후 이 전 장관의 지시로 해병대 조사단의 초동 조사 결과 언론 브리핑이 취소된 과정 등을 물어볼 것으로 보인다. 채 해병 순직 두 달 뒤부터 국방부 내부에서 회람된 '해병대 순직사고 조사 관련 논란에 대한 진실 문건'이 작성·배포 경위도 물을 방침이다.

채 해병 특검팀의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채 해병 사건 기록이 경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넘어가고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집단항명수괴죄로 입건되고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건을 재조사하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다"며 "이런 국면마다 국방부 개입 의혹이 제기돼 왔는데 국방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정리하고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대변인 역할을 고려할 때 전 대변인이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여러 지시사항, 여러 회의에 참석해 논의한 사항이 이 사건 진실을 규명하는 데 중요성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전 대변인에 대한 조사는 이날 늦은 시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특검보는 "조사내용이 많아 조사가 장시간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전 대변인에 대한 조사는 한 번으로 마무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오는 7일 오전 10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폭우 상황에서 무리한 수중수색 지시를 해 채 해병을 사망에 이르게 했단 혐의를 받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6일 오전 10시 구속 상태인 김 전 장관 상황을 고려해 특검 사무실이 아닌 서울동부지검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도록 통지한 상황이다. 다만 김 전 장관 측에서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진 않은 상태다. 특검팀은 원칙대로 방문조사를 하지 않고 당사자가 출석해서 조사받도록 통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장관이 조사를 거부할 경우에 대해서 정 특검보는 "조사를 거부하면 윤 전 대통령과 같은 상황"이라며 "출석을 안 한다고 할 때 어떻게 할지는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은 VIP 격노설의 배경이 된 2023년 7월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당시 경호처장 신분으로 참석한 인물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다고 알려진 7명 중 김 전 장관과 윤 전 대통령을 제외한 5명 모두 'VIP(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목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채 해병 순직 사건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정도 일로 사단장(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고 격노했단 것이다. 해당 수석비서관 회의 이후 이 전 장관이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채 해병 사건을 경찰에 이첩할 것을 보류하란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