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주민들이 모두 함께 사용하기 위한 공간인 아파트의 지하실에 대해서는 특정인이 따로 주거나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더라도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기존 판결이 재확인됐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소유권 보존등기말소 등기절차이행 등에 대한 소송과 함께 병합된 소유권확인 반소(소송을 당한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하는 맞소송)에 대해 원심 판결 중 일부를 파기하고 이 부분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원래 아파트의 지하실은 별도의 등기가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촌동 제일아파트는 건축 과정에서 공사대금 채권 명목으로 지하실에 대한 별도의 소유권 보존등기 및 이전등기가 이뤄진 상태였다.

문제의 지하실은 경비실, 엘리베이터, 계단, 쓰레기 투입구 등이 존재해 아파트 주민들이 모두 함께 사용하는 공용부분이었다. 하지만 A씨는 이 공간에 독립적인 공간을 따로 만들어 사무실·주거 등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아파트 세대주들이 지하실에 이뤄진 등기는 원인무효 등기로 말소돼야 한다면서 소송을 냈다. 그러자 지하 일부를 매수해 이용하던 A가 반소를 제기했다. A씨는 본인이 20년 이상 이 지하실을 점유하고 있었다면서 자기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은 ‘만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경우 그 자에게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적 안정성을 중시한 제도다.

1심 법원은 문제가 된 지하실에 대해 등기를 말소해야 한다면서 A씨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시효 취득 제도를 염두에 두고 A씨가 지하실 부분을 소유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부당이득 반환과 인도 청구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하실 부분은 신축 당시부터 구분소유라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입주자들의 공동사용에 제공되는 경비실, 창고 등의 용도로 설계돼 건축된 공용부분”이라며 “설령 건물 신축 직후부터 이를 개조해 구조와 이용상 독립성을 갖춘 공간으로 활용했다고 하더라도 현재 독립성을 갖춰 사용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전유부분으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지하실은 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 취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이 지하실 부분이 시효취득이 제한되는 공용부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은 잘못”이라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이 지하실 부분에 따로 이뤄졌던 등기는 원인 무효라고 본 원심 판결 부분은 그대로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