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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종부세,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된다

[theL] 화우의 조세 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영국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고 말했다. 좋은 의도로 세상을 천국으로 만드려고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지옥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부가 좋은 의도로 추진한 정책이 나쁜 결과를 초래할 때 자주 언급된다. 의도가 좋고 결과도 좋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담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소송이 잇따른다. 족히 수천의 개인·법인 납세자가 종부세법 조항의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종부세는 2005년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고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줄소송은 과거의 논란이나 위헌성 시비와 차원이 다른 대규모 조세저항으로 느껴지는 수준이다.

정부와 국회는 그간 종부세법을 꾸준히 개정하며 논란을 없애려고 했다. 이를테면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주택분 및 종합합산대상 토지분 종부세 과세방식을 세대별 합산에서 개인별 합산으로 변경한 것이 그렇다. 기본공제금액을 2005년 당시의 4억5000만원에서 6억원(1세대 1주택자는 11억원)으로 상향하고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경감한 것도 그런 조치다. 하지만 다수의 납세의무자에게 정부의 노력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조치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양새다.

종부세 입법목적은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종부세의 목표는 그야말로 선의 그 자체다. 이처럼 종부세가 선의로 도입되고 여러 차례 개정까지 이뤄졌지만 납세자들에게 선의로 이해되지 않고 지옥으로 가는 길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위헌 여부에 대한 심사기준, 과잉금지의 원칙에서 찾을 수 있다.

과잉금지의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종부세가 국민의 주거 안정 같은 선의에 기초한다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을 충족하는 데 불과하다. 수단이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절한 것인지(수단의 적합성),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기본권을 제한하는지(침해의 최소성), 종부세 도입으로 초래되는 납세의무자의 재산권 제한과 공익을 비교할 때 공익이 더 크거나 최소한 양자간 균형이 유지되는지(법익의 균형성)까지 충족해야 위헌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몇 가지를 제언한다.

우선 과세표준에서 공제하는 기본공제금액을 현실화해야 한다. 기본공제금액은 2005년 1월4일 종부세법 제정 당시 4억5000만원이었다가 2005월 12월31일 6억원으로 상향됐다.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2008년 개정 당시 9억원이었다가 2021년 11억원으로 상향됐다. 종부세가 고가주택에 부과하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2005년부터 현재까지 주택가격 상승폭을 고려하면 기본공제금액을 대폭 상향할 필요가 있다.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17년 약 6억원에서 2022년 12억원을 넘겼다. 현행 종부세법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상당수가 종부세 부과대상인데 납세의무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특별법을 근거로 서민을 위해 공급·시행되는 임대주택은 종부세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해야 한다. 현행 종부세법은 대통령령으로 규정한 임대주택에 한해 과세표준 합산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해 배제 대상에서 누락된 임대주택이 상당하다. 임대주택에도 종부세를 부과하면 세액은 임대료나 분양가에 더해져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런 결과는 서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입법목적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종부세법의 입법목적에도 반한다.

법인 납세의무자가 3주택 이상을 소유하거나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을 소유한 경우 산정되는 최고 종부세율 6%도 낮출 필요가 있다. 종부세는 매년 부과되니 산술적으로 보유기간이 8년이면 주택 가치의 약 50%가, 17년이면 주택 가치의 100% 이상이 세금으로 환수된다. 헌재는 구 택지소유상한법 위헌소원에 대해 10년만 지나면 부과율이 100%에 달할 수 있도록 아무런 기간의 제한도 없이 매년 택지가격의 4% 또는 11%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계속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토지재산권을 무상으로 몰수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아무쪼록 당초 종부세가 목표로 한 선의가 이뤄져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지 않도록 위헌성 문제가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박정수 변호사.

[박정수 변호사는 법무법인 화우의 파트너변호사로 주요 업무분야는 조세·관세 및 행정소송 등이다. 사법연수원 제27기 수료 후, 2001년 대전지법 판사로 시작해 인천지법, 서울북부지법을 거쳐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거쳤고 2011년 대법원 조세공동연구관실에서 재판연구원으로 활동해 조세분야에서 정통한 전문 법관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창원지법 부장판사 겸 연구법관, 부산지법 부장판사,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했고 현재 화우 조세쟁송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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