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두루 이상현 변호사가 1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머니투데이와 한국사내변호사회 공동 주최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법무대상' 시상식에서 공익상을 수상한 뒤 김성한 한국사내변호사회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사단법인 두루는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에 1년 2개월 가량 갇혀 지내던 아프리카인의 난민심사 기회를 얻어내며 '제5회 대한민국 법무대상' 공익상을 수상했다.

난민 A씨는 본국에서 정치적 박해로 지인과 가족들이 살해당하자 고향을 탈출했다. 우여곡절 끝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A씨는 난민신청을 했지만 법무부는 난민 심사를 하지 않았다. A씨의 비행기 티켓 목적지가 한국이 아니라 환승객 신분으로는 입국 심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A씨는 인천국제공항 43번 게이트 앞 소파에서 1년 2개월을 살았다.

이상현·이한재 두루 변호사는 A씨를 대리해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난민인정신청 접수 거부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두루는 난민법 5조에 대한 법무부의 법 해석을 지적했다. 난민법 5조는 대한민국 안에 있는 외국인은 법무부에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무부가 환승 구역에 있는 외국인에게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난민 신청을 거부한 데 대해 두루는 물리적 입국을 한 것이라면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루는 법률적 지원을 넘어 모금을 통해 A씨의 음식과 생활비, 의료품도 지원했다.

법원은 두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5월 "대한민국의 주권은 한국 공항과 그 환승구역에 있는 외국인에게도 미친다"며 "한국 공항 환승구역에 진입한 외국인 역시 '대한민국 안에 있는 외국인'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 전체에서 난민 신청권을 인정하는 혁신적인 판결이었다.

제5회 대한민국 법무대상 심사위원단은 이 사건이 난민 신청권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인정했다. 또 난민을 함부로 내몰거나 방치하지 않겠다는 난민법의 인권적 해석을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이 사건 이후 정부가 '출국대기실 국가운영제도'를 도입하는 등 출입국관리법 개정까지 나선 점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이 변호사는 "A씨가 판결이 나오기까지 1년 2개월간 공항에서 노숙하며 버텨야 했고 의식주를 모두 시민들의 자발적 도움에 기대야 했다"며 "이 사건을 통해 지방출입국·외국인청의 조치가 난민법상 위법할 뿐 아니라 비인도적이라는 점을 확인했고 A씨 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