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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 도망간 그 놈, 잡아도 문제…국내 송환율 40%

[MT리포트-술마시고 골프치고…회장님의 황제도피]②

편집자주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주해 호의호식하는 이들의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들의 호화 도주행각은 디즈니플러스 신작 '카지노'의 현실판이다. 잡혀도 쉽사리 국내로 송환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비뚤어진 현실에 경종이 시급하다.

#.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도피 8개월 만에 태국에서 붙잡혀 국내 송환을 앞두고 있다. 이보다 앞서 김 전 회장의 처남이자 쌍방울그룹 '금고지기' 김모씨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현지에서 체포됐지만 강제추방에 대응하는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국내 송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 고(故)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장녀 유섬나씨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검찰 출석에 불응하다 프랑스 파리에서 체포됐다. 범죄인 인도 재판으로 송환이 결정됐지만 불복 소송을 제기해 송환이 지연됐고 체포 3년 만인 2017년 6월에서야 국내로 송환됐다.

법무부와 수사기관이 해외도피사범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거나 검거에 성공하더라도 국내로 데려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해외도피사범을 국내로 데려와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국내 송환율이 낮다보니 이를 노리고 해외로 도피하는 범죄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경찰이 집계한 해외도피사범은 3781명이다. 2018년 579명에서 2019년 927명, 2020년 943명, 2021년 953명으로 매년 숫자가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로 송환된 이들은 1583명으로 송환율이 41.8%에 그친다. 단순 비교하면 해외도피범 10명 중 6명은 해외에 머물면서 한국 사법당국의 처벌을 피하고 있는 셈이다. 연도별 송환인원은 2018년 304명, 2019년 401명, 2020년 271명, 2021년 373명, 2022년 1월~8월 234명이다.


수사기관은 범죄자의 해외 도피 정황이 확인된 경우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입국시 통보 조치, 외교부를 통한 여권 무효화 조치 등을 하는 한편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해 국제공조수사에 나선다.

하지만 범죄자가 수사망을 피해 밀입국 등을 시도할 수 있는 만큼 실제 체류 장소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공조에 적극적이지 않은 국가로 도피한 경우 소재를 파악해도 신속한 검거를 기대하기 어렵다.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검찰 수사를 피해 동유럽 세르비아로 도피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세르비아가 인터폴 수사 공조에 빠르지 않고 한국과 범죄인 인도가 이뤄진 전례가 없는 국가라는 점을 이용했다는 분석이다.

검거에 성공해도 범죄자가 자진귀국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당장 국내로 송환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한국 정부의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체포영장부터 범죄사실 등을 확인하는 절차만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여권 무효화 조치로 불법 체류자 신분인 경우 현지에서 강제추방될 수 있지만 국가별 비자 상황에 따라 체류기간이 남은 경우 현지에 머무를 수 있다.

국가간 요청으로 이뤄지는 범죄인 인도는 더 복잡하다. 한국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면 현지 사법당국이 관련 자료 등을 토대로 범죄혐의가 있는지, 국내로 송환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 등을 검토한다. 국내법상 범죄 행위라도 현지에서 범죄가 안 된다면 송환 결정이 나지 않을 수 있다. 현지 사법당국이 인도를 결정해도 불복 소송을 한다면 최종 송환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한국의 범죄인 인도 심사는 단심제지만 2심제나 3심제를 택하는 국가도 있다.

결국 송환율을 높이는 것은 외교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조 수사 확대나 강제추방 요청, 범죄인 인도 심사 등은 모두 개별 국가와의 외교력에 달렸다는 얘기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해외로 도피하면 전혀 방법이 없었던 과거에 비해서는 공조 활동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국가간 친밀도에 따라 수사 협조에 차이가 크다"며 "국제 공조를 원활하게 하는 방법으로 국제검사협회 등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런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등 사법외교 측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도 직접 도피국가를 방문해 해외도피사범의 신병확보를 요청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노공 법무부 차관은 지난해 8월 '동남아 반부패 컨퍼런스' 참석차 태국을 방문해 김성태 전 회장의 신병확보를 요청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지난해 10월과 12월 주한 캄보디아 대사와 주한 태국 대사를 접견하는 등 주요 도피사범의 송환 협력에 적극 협조해 달라는 뜻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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