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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원 때문? LG家 법원 찾은 진짜 이유는[박다영의 법정블루스]

편집자주법정에는 애환이 있습니다. 삶의 고비, 혹은 시작에 선 이들의 '찐한' 사연을 전해드립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5월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비상장 주식은 재계의 속살이다.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 세금 문제와 밀접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기업의 규모도, 업종도 가리지 않는다. 상장사를 줄줄이 꿴 대기업 총수들도 비상장사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다양한 목적으로 비상장 주식의 가치 평가 문제를 두고 법원 문턱을 밟는 기업 오너들이 여전히 적잖다.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의 첫 변론이 열렸다. 쟁점은 비상장사인 LG CNS의 주식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였다. 구 회장 일가는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LG CNS 지분 1.12%에 대해 세무당국이 매긴 상속세가 과다하다며 지난해 9월 소송을 냈다.

구 회장 측은 특히 세무당국이 소액주주간 거래를 토대로 LG CNS의 가격을 산정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비상장 주식이 거래된 사례가 있으면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해 세금을 부과하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회사의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의 가중평균을 구하는 보충적인 평가방법으로 가치를 매긴다. 구 회장 일가는 LG CNS가 거래량이 많지 않은 회사인데 세무당국이 몇몇 시장거래가를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면서 주식 가치가 과대평가됐고 결과적으로 상속세가 과다 부과됐다고 주장했다.

세무당국은 LG CNS가 비상장사지만 우량 회사라 거래가 상당히 많이 이뤄졌고 신문을 통해 매일 거래가격이 공개됐기 때문에 가격이 왜곡될 가능성이 낮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양측의 추가 의견을 듣고 오는 9월21일 변론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재계에서 이번 소송을 눈여겨보는 것은 구 회장 일가가 이번 사건에서 승소할 경우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이 10억원 안팎에 그친다는 점에서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구 회장 일가가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 총 9900억원과 견주면 대기업 총수 일가가 연연할 액수도 아니다. 이번 소송에 LG CNS 지분에 대한 상속세와는 별개의 다른 의미가 있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에서는 구 회장 측이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에 대한 세무당국과 입장차를 해소하기 위해 소송을 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 CNS는 비상장사지만 LG그룹에서 상당한 사업 비중을 가진 주력 계열사다. LG그룹 입장에선 앞으로 불거질 수 있는 또다른 비상장 계열사 관련 가치평가를 염두에 두고 이번 소송을 낸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비상장사의 가치 평가를 둘러싸고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법정 다툼의 한 단면인 셈이다.

구 회장에 앞서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도 비상장 주식 가치 문제 때문에 법원을 오간 총수로 꼽힌다. 박 전 회장은 2008년 금호그룹 유동성 위기 과정에서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일부 계열사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했던 비상장사 금호터미널(현 금호고속) 지분 100%를 본인의 개인 회사인 금호기업에 싸게 매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8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금호터미널 매각 과정에서 광주종합터미널(유스퀘어) 입주업체였던 신세계백화점으로부터 받은 임대차 보증금 5270억원을 빼고 주식가치를 계산하면서 금호터미널을 헐값에 사들인 금호기업이 3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얻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 판결로 한때 재계 순위 7위의 금호그룹을 이끌던 박 전 회장은 징역 10년을 선고 받고 수감됐다가 올 1월 보석으로 풀려나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진 않았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금호터미널 헐값 매각 논란을 비상장사와 엮여 오너리스크가 기업을 부실하게 만든 전형적인 사례로 본다.

최근 서초동을 들썩이게 했던 또다른 사례로는 배우 윤태영이 부친인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30억원대 비상장사 주식을 두고 벌인 증여세 소송이 있다. 윤태영은 2019년 9월 부친으로부터 비상장 A사 주식 40만주를 증여받고 같은 해 12월 이 주식의 가치를 31억6680만원으로 산정해 증여세를 신고, 납부했다. 하지만 세무당국은 A사의 자산 가치가 윤태영의 계산보다 크다며 증여세 9040만원과 가산세 554만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이 소송에서 쟁점은 A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 4곳의 주식 가치에 대한 평가 방식이었다. 윤태영은 회사 재무상태표상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삼았고 세무당국은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기준을 회계상 장부가액을 해석할 경우 기업의 회계 정책과 추정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 조세 공평주의에 반할 우려가 있다며 세무당국의 계산이 옳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윤태영이 가산세까지 납부할 책임을 없다고 보고 추가 증여세만 납부하도록 했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세금 부과나 지분 매각 과정에서 비상장 주식은 기업인들의 흔한 고민거리"라며 "이런 리스크 때문에 안정적으로 기업이 영속하기 어렵다고 하는 기업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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